미국 보험업계서 쓰던 단어 … 보험 가입후 사고 방지 노력 게을러져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 보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 moral hazard)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도덕적 해이란 원래 미국 보험 업계에서 쓰던 단어로 보험 가입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일컬었다.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 가입 후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 보험사고가 훨씬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도덕적 해이는 이후 거래나 계약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자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뜻하게 됐다.

예컨대 기업 경영에서 주주로부터 회사 경영을 위임받은 경영자가 내부자 거래 등을 통해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면 이는 명백한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무원이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정치인이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도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

정부의 예산 낭비나 관리 소홀은 물론이고 정당의 이익을 앞세워 민생을 멀리하는 정치인도 대표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법적·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집단 이기주의를 드러내는 행태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이해 당사자들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행위 △권한과 지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도덕적 해이가 고위층이나 사회 지도층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국고 지원을 받는 빈곤층이 스스로 일을 해 가난을 탈출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도 도덕적 해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의료 쇼핑족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면 △개인 등 각 경제 주체의 도덕성 회복 △신의·성실 의무가 대접받는 사회풍토 △법과 제도 정비 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