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국의 인민은행이 지난달 28일 貸出 금리를 연 5.85%로 0.27%포인트 올렸다.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도 이날 의회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출석,"2004년 6월 이후 지속된 미국 금리 인상 행진을 잠시 멈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정책이 알려지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코스피지수)은 하루 만에 2.26%(32.8포인트)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하락세로 反轉했고 5년물 국고채 금리는 무려 0.09%포인트 급락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과 미국의 불균형문제 해소 시급

현재 세계 경제계의 최대 懸案은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와 중국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로 인한 '세계 不均衡(golobal imbalance)'문제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7600억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7%에 달한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대해 무려 20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가운데 26% 정도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중국의 위안화를 평가절상해야 한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지난달 21일 무역 불균형을 解消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채택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에 금리 인상 정책을 들고 나왔고 이에 미국도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금리 정책은 달러 위안화 환율을 간접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미이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해외 투자자금이 모여들어 해당 국가 통화가치가 올라가고 금리가 내리면 반대로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통화가치가 하락한다. 또한 금리는 경기 조절 수단으로 사용된다. 경기가 沈滯되면 금리를 내리고 경기가 過熱되면 금리를 올린다. 위안화 평가 절상 壓力을 받고 있는 중국은 과열된 국내 경기를 鎭靜시키면서 위안화를 평가절상시켜 미국과의 무역摩擦을 피해 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날 토니 프라토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금리 인상은 시장의 힘을 반영하려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환영했다. 만일 미국과 중국이 금리 변동을 통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비밀리에 합의를 보았다면 앞으로 외환시장은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에 버금가는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 대두

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22일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 5개국(G5) 재무장관회의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고 환율은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反映해야 한다'고 합의한 것을 말한다.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하여 플라자합의로 불린다.

플라자합의가 나온 뒤 1달러당 260엔 수준이던 달러·엔 환율은 1년여 만에 120엔까지 급락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1달러당 80엔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플라자합의 당시 미국의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4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다.

일본은 무역에서 벌어들인 달러로 해외 자산을 대거 매입했고,일본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플라자합의로 엔화가 초강세로 돌아서자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 폭은 급격히 줄어들고 자산 거품도 꺼져갔다. 일본은 이후 10년 이상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잃어버린 10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20년 전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

일본처럼 G7국가에 속하지도 않고,일본의 장기 불황을 지켜본 경험도 있다.

그런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택하지 않고 금리 인상을 택한 것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왜 금리 인상을 택했을까

세계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 소비자들의 과소비와 중국 기업들의 過剩 투자로 인한 원자재값 폭등'이다.

미국의 과소비는 지난해 가계저축률이 72년 만에 마이너스(-0.5%)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많은 이유는 외국 상품을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1000억달러 이상을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였다.

중국은 벌어들인 돈을 새로운 투자에 쏟아부었고 그 결과 국제적인 원자재가격 暴騰을 초래했다.

과잉 투자로 인한 경기 과열은 중국의 핵심적인 문제다.

중국의 금리 인상 결정은 세계 불균형을 시정하면서 동시에 경기 급랭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와 니켈은 4%,아연은 5% 이상 떨어지는 등 원자재 시장이 중국의 금리 인상 이후 급속하게 안정됐다.

중국이 대출 금리를 0.27%포인트 인상하면서도 예금금리를 凍結한 것은 '내수 소비 부양'을 촉구한 G7 성명에 부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예금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저축률이 높아지고 소비가 줄어들어 수입 확대와 逆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은 언제 손댈까

중국은 당분간 금리 인상을 통한 경기 안정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국영 파이낸셜뉴스는 "인민은행이 대출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상할 경우 중국 경제는 급격한 경기 침체에,미국 경제는 물가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는 우회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달러화로 몰려들던 유동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

데이비드 모지나 리먼브러더스 연구원은 "버냉키의 발언이 달러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달러 하락 추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양국의 금리정책만으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는 限界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를 '세계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해서 환율과 금리를 혼합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서 달러 약세-위안화 강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불균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만큼 확대돼 있다"며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소비가 줄어들고 중국의 설비투자마저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이 급격하게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권으로 흘러들었던 국제 자금이 미국쪽으로 逆流하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그 충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우려된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

=========================================================

■한자읽기

·貸出 (대출)
·反轉 (반전)
·懸案 (현안)
·不均衡 (불균형)
·解消 (해소)
·沈滯 (침체)
·過熱 (과열)
·壓力 (압력)
·鎭靜 (진정)
·摩擦 (마찰)
·反映 (반영)
·過剩 (과잉)
·暴騰 (폭등)
·凍結 (동결)
·逆行 (역행)
·限界 (한계)
·逆流 (역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