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 영국 런던에 당시로서는 최첨단 건축물이 세워졌다. 벽돌을 사용하지 않고 철과 유리로 이루어진 크리스털 팰리스가 그것이었다. 만국박람회용으로 설립된 이 건물은 건축사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건축물로 등장한다.
이 건물에서 같은 해 세계 최초의 박람회가 열렸다.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영국으로서는 자신들의 앞선 여러 기술을 세계 만방에 한껏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박람회가 시작되자 그곳에 출품된 미국의 상품을 보고 영국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당시 미국이 출품한 소총이 이른바 호환성 부품(interchangeable parts)으로 생산된 것이었고,영국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미국식 생산방식'(American System of Manufactures)이라고 불렀다. 어떤 제품의 부품을 빼서 다른 제품에 맞추더라도 잘 맞아들어간다는 것이다. 부품을 따로 생산하고 이를 조립해서 하나의 완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술로 인식됐다. 영국은 미국의 앞선 기술에 한 방 먹은 셈이 됐고 '미국식 생산방식'은 하나의 전설이 됐다.
그러나 후세의 경제사학자들은 정말로 미국이 1850년대에 호환성 부품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실제로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싱거 재봉틀을 가지고 검증해본 결과 진정한 의미에서 호환성 부품이 사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각된 하나의 사실은 미국이 영국에 비해 1인당 자본장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생산을 했다는 것이다. 즉 생산요소인 자본(K)과 노동(L)의 비율(K/L)이 미국에서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사학자들은 미국의 생산이 보다 자본집약적이었고 따라서 미국의 기술이 영국에 비해 앞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경제이론적으로 검토의 여지가 있다. 위의 그림은 자본과 노동을 이용해 생산이 이루어지는 경우 자본-노동의 평면에서 같은 양의 제품을 생산을 할 수 있는 자본과 노동의 묶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을 등량곡선이라고 부른다. 등량곡선 상의 어떤 한 점에서 생산에 사용된 자본 노동의 비율(K/L)은 이 점과 원점을 이은 직선의 기울기로 표시할 수 있다.
자,이제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진보는 어떻게 표시될 수 있을까. 기술진보라고 함은 같은 양의 자본과 노동으로 생산을 하더라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 기술진보는 같은 크기를 생산하는 등량곡선이 원점을 향해 안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점 A와 A′를 비교해 보면 같은 생산량(Q0)을 더 적은 노동과 자본으로 생산할 수 있는 A′가 A점에서의 생산보다 앞선 기술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에 비해 미국의 자본-노동비율이 높았다는 것은 그림에서 어떻게 표시될 수 있을까. 이는 영국의 경우 A점에서 생산할 때 미국은 가령 B점이나 C점과 같은 곳에서 생산한 것을 의미한다. 그림으로부터 자명한 것은 자본-노동비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기술이 진보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이 A점에서 생산한다고 했을 때 미국이 B점에서 생산했다면 미국이 자본-노동비율은 높았지만 기술적으로 더 진보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즉,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의 이용가능성의 차이로 인해 기술 수준은 같지만 노동대신 더 많은 자본을 이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만일 C점에서 생산을 했다면 이는 자본-노동비율이 높았을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앞선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단순히 자본-노동비율의 차이 뿐 아니라 실제로 미국이 B점에서 생산을 했는지,아니면 C점에서 생산을 했는지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경제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C점에서 생산을 했다는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생산방식이란 기술적 자존심을 가지고 있던 영국 사람들이 지레 놀란 마음에 만들어 낸 일종의 해프닝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
이 건물에서 같은 해 세계 최초의 박람회가 열렸다.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영국으로서는 자신들의 앞선 여러 기술을 세계 만방에 한껏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박람회가 시작되자 그곳에 출품된 미국의 상품을 보고 영국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당시 미국이 출품한 소총이 이른바 호환성 부품(interchangeable parts)으로 생산된 것이었고,영국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미국식 생산방식'(American System of Manufactures)이라고 불렀다. 어떤 제품의 부품을 빼서 다른 제품에 맞추더라도 잘 맞아들어간다는 것이다. 부품을 따로 생산하고 이를 조립해서 하나의 완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술로 인식됐다. 영국은 미국의 앞선 기술에 한 방 먹은 셈이 됐고 '미국식 생산방식'은 하나의 전설이 됐다.
그러나 후세의 경제사학자들은 정말로 미국이 1850년대에 호환성 부품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실제로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싱거 재봉틀을 가지고 검증해본 결과 진정한 의미에서 호환성 부품이 사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각된 하나의 사실은 미국이 영국에 비해 1인당 자본장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생산을 했다는 것이다. 즉 생산요소인 자본(K)과 노동(L)의 비율(K/L)이 미국에서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사학자들은 미국의 생산이 보다 자본집약적이었고 따라서 미국의 기술이 영국에 비해 앞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경제이론적으로 검토의 여지가 있다. 위의 그림은 자본과 노동을 이용해 생산이 이루어지는 경우 자본-노동의 평면에서 같은 양의 제품을 생산을 할 수 있는 자본과 노동의 묶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을 등량곡선이라고 부른다. 등량곡선 상의 어떤 한 점에서 생산에 사용된 자본 노동의 비율(K/L)은 이 점과 원점을 이은 직선의 기울기로 표시할 수 있다.
자,이제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진보는 어떻게 표시될 수 있을까. 기술진보라고 함은 같은 양의 자본과 노동으로 생산을 하더라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 기술진보는 같은 크기를 생산하는 등량곡선이 원점을 향해 안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점 A와 A′를 비교해 보면 같은 생산량(Q0)을 더 적은 노동과 자본으로 생산할 수 있는 A′가 A점에서의 생산보다 앞선 기술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에 비해 미국의 자본-노동비율이 높았다는 것은 그림에서 어떻게 표시될 수 있을까. 이는 영국의 경우 A점에서 생산할 때 미국은 가령 B점이나 C점과 같은 곳에서 생산한 것을 의미한다. 그림으로부터 자명한 것은 자본-노동비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기술이 진보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이 A점에서 생산한다고 했을 때 미국이 B점에서 생산했다면 미국이 자본-노동비율은 높았지만 기술적으로 더 진보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즉,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의 이용가능성의 차이로 인해 기술 수준은 같지만 노동대신 더 많은 자본을 이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만일 C점에서 생산을 했다면 이는 자본-노동비율이 높았을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앞선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단순히 자본-노동비율의 차이 뿐 아니라 실제로 미국이 B점에서 생산을 했는지,아니면 C점에서 생산을 했는지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경제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C점에서 생산을 했다는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생산방식이란 기술적 자존심을 가지고 있던 영국 사람들이 지레 놀란 마음에 만들어 낸 일종의 해프닝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