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유를 비롯 금 구리 설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공급 불안보다는 막대한 투자(투기)자금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량이 3억4000만배럴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은 것도 원자재펀드 등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원유선물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원자재 가격 결정요인이 수요와 공급의 차이에서 밀려들어오는 자금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잰 스튜어트 UBS증권 국제원유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원유재고량과 유가 간 밀접했던 상관관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연기금까지 원유시장에 들어와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현 유가의 10달러 정도는 이런 투자자금 때문에 형성된 프리미엄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원유 외에 다른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도 이 같은 가격결정 요인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18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선물 6월물은 4.50달러 상승한 온스당 623.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34.30달러까지 올라 25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리 선물도 장중 파운드당 2.975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기관투자가들이 원자재에 3년 전보다 배나 늘어난 1000억~1200억달러를 투입,이처럼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레오 라킨 S&P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최근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수급상황 등 펀더멘털은 현재 원자재 가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원자재 펀드들의 투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새로운 투기꾼들이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의 투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은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가격상승을 예상한 투기 수요자들까지 몰려드는 곳이다.

미래의 수급변화 전망에 따라 투기적인 수요가 달라진다.

가격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시장의 신호에 제대로 대응해야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