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란은 기업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부터 줄곧 제기돼온 문제다.

유기체의 생명력을 갖지 못한 기업에 인격(法人)을 부여하고,여기에다 사회적인 책임까지 묻는 것에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기업을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도덕성과 함께 사회적인 책임까지 묻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

조동성 교수가 지적한 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의는 시기마다,나라마다 다르다.

법을 지키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익을 많이 내고 고용을 많이 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등 별도의 자선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우선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예컨대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는 오·폐수 배출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면서도 소규모 가축농장 등에는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등의 이중적인 조치들이 있다.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각종 규제가 산더미처럼 늘어나는 것만 봐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은 대기업에 더 많이 부과되는 것이 확실하다.

'기업'과 '기업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우리 사회의 특징 중 하나다.

재벌 오너 등 창업주의 사유재산 출연이나 헌납 등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관형어로 붙어 있는 '사회적'이라는 단어를 빼고 생각해보자.'기업의 책임'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업은 경제를 담당하는 한 주체로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일을 계속하려면 필요한 물품을 제때 조달하고,직원을 채용하고,자본을 제공한 사람에게 적정 수준 이상의 이윤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상품을 더 이상 만들기가 어렵고,따라서 신규고용은커녕 기존의 직원마저 해고해야 한다.

이윤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의 책임은 좋은 상품을 우리 사회에 많이 공급하고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면 기업의 이윤도 크게 늘어난다.

기업의 책임을 성실히 이행한 대가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기업과 사회의 이해관계는 일치하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 같은 기업의 '본질적인 책임'과 달라질 이유가 없다.

어느 시대이건 어느 나라이건 관계없이 좋은 제품을 많이 공급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사회가 기대하는 기업의 가장 큰 책무다.

이 같은 기업의 본질적인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기업에 크나큰 요구를 하는 것이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