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2006년 4월10일 A38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개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네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해왔다.

19세기만 해도 법을 지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수준에 머무르다 20세기에 들어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밀튼 프리드먼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에서 해석됐다.

그러다 20세기 후반 이후 대기업이 시장을 과점 지배하는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사회가 필요에 의해 만든 기업이 사회에 피해를 주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세 번째 주장이 나오게 됐다.

최근에는 기업 경영자가 샤일록과 같은 단순한 경제적 동물이 아니라 사회 지도자로서 본인이 가진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네 번째 단계인 소위 '자선론'에 이르게 됐다.

이와 같이 네 단계를 거쳐 발전한 CSR는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 필자는 시장경제에 입각한 자본주의 체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믿는다.

그런 시각에서 CSR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것이 대가 없는 비용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는 투자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도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능동적으로 지키는 기업이 더 나은 경영성과를 가져오는 사례가 여럿 나타나고 있다.

이제 CSR는 기업경영의 전략으로 도입돼 경쟁력을 제고하는 필수요소,즉 '사회적 책임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는 CSR가 삼성 포스코 현대 LG 등 일부 대기업 위주로 실천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대부분의 기업에 보편화돼 있다.

해외에서의 사회공헌 활성화는 각국 정부가 기업들이 CSR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지만,이를 떠나 기업 스스로 참여하는 사례가 보편화돼 있다.

CSR는 이제 경영전략의 방안 중 하나로 활용돼야 한다.

즉 기업이 사회에 '퍼주기식'으로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동시에 상생하는 접근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의 기업 경영은 규모나 활동영역 면에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되는 손해는 주변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지만 결국에는 부메랑처럼 기업에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CSR를 이행한다는 것은 현재부터 미래까지 기업 자신의 생존뿐만 아니라 기업경영활동 과정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다.

CSR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오늘날 국제경영 환경 변화의 흐름에 빠르게 부응하는 기업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가 하면 전 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하던 거대기업들이 CSR를 등한시함에 따라 위기에 처하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맥도날드는 오랫동안 일회용 포장재를 남용하고 포장재 수거를 불성실하게 함으로써 환경문제를 등한시한다는 맹렬한 비난에 처하게 됐다.

더구나 맥도날드의 저임금 노동과 허드렛일을 폄하하는 '맥잡(McJob)'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는 비난이 이어져오던 가운데 최근에는 비만 관련 소송으로 악전고투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CSR 초기단계에 있어 글로벌 동향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자칫 국제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하루 빨리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정부도 이를 돕는 사회적인 여건이 조성돼 CSR가 기업 경영전략으로 보편화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조동성 < 서울대 교수 · 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