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分業)의 효과에 대해 가장 명료하게 설명한 학자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1723~1790)이다.

그는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1776)에서 핀 제조공장을 예로 들어 "노동자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처리할 경우 하루 20여개 이상의 핀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18개의 상이한 작업으로 나뉘어진 분업 체계에서는 10명으로 이뤄진 팀이 하루에 4만8000개 이상의 핀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인당 20개에서 1인당 4800개로 폭발적인 생산성 증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려 240배다.

분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낸 가장 중요한 원천 중 하나다.

그런데 바로 이 분업은 시장의 크기에 제약받는다.

시장의 크기가 클수록 분업은 더욱 세분화되고 생산성은 향상된다.

FTA와 같은 시장개방은 한 국가의 분업을 전세계적인 범위로 확산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부(富)를 축적하는 수단이다.

개방된 시장에서 특정한 국가가 어떤 산업에 주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리카도(David Ricardo)의 '비교우위론'으로 해결된다.

절대적인 생산성 기준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뒤처진 국가라 하더라도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후진국에서도 반드시 무역 이득이 발생한다.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이 사회 전체에 이롭다는 것은 오래 전에 입증됐고 이미 알려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개방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과 분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교 열위에 있는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 기업이 망하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온다.

시장이 커짐으로써 승자는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할 기회가 생겨나지만,격렬해진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의 상실감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시장개방을 통해 이득을 본 대표적인 국가다.

30년 전에 비해 농업 인구는 급속히 줄었지만,그들이 이 땅에서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산업인력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농업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최병일 교수는 "효과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피해집단이 개방과 경쟁의 격랑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한다면 FTA는 모두에게 복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피해산업의 조직적인 반발과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회적인 혼란과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 목표와 수단이 혼동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는 우리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준비에 달려있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