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다같이 손뼉을 (짝짝)."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동요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랫말은 글쓰기에서 '중첩'의 문제를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우리,모두,다,같이'가 서로 비슷한 의미영역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사실 노래에서나 허용될 뿐 글에서는 여간해 볼 수 없는 중복 표현이다.

글쓰기에서 어느 정도의 중복은 불가피하다. 영어 문장에서는 50% 정도가 의미 중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하게 말하면 지금의 어휘에서 50%가 사라져도 똑같이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다.

중복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처갓집''전선줄' 등은 단어 차원의 겹말이고 '지나간 과거''대략 10여일 정도''자매결연을 맺다' 따위는 구 형태의 중복이다. 이외에도 문장 간 동어반복적 표현을 비롯해 텍스트 차원에서도 의미중복은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또 눈에 보이는 중복이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중복도 있다. 중복이 심한 글은 간결한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중복을 줄이는 게 좋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여기에 매달리다 보면 글의 독이성(讀易性)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단어나 구로 이뤄지는 문장의 연쇄에서 다음에 어떤 말이 올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중복성' 덕분이다. 정보이론에서는 이 중복의 정도가 높을수록 의미의 예측가능성을 크게 하고 정보량은 떨어뜨린다고 한다. 의미중복이 많은 글은 쉽게 읽히지만 정보량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반면에 중복이 절제된 글은 난해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유행가 가사나 대중문화의 텍스트가 중복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양식이고 고도의 지식체계인 전문 학술지나 고급문화일수록 중복은 배제된다.

따라서 어떤 유형의 글이냐에 따라 중복성의 정도가 달라진다. 가볍게 일기나 수필을 쓰는 것이라면 의미중복이 많을 수 있다. 반면에 논술이나 비평 같은 데서는 중복의 허용이 훨씬 제한적이다. 두 사람이 같은 현상을 두고 각각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고 치자.

A-봄은 3월부터 시작된다.

B-봄은 유리창에서 시작된다.

A는 아주 평이한 문장이다. 쉽게 읽혀진다(예측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의미중복이 매우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얘기라 정보가 되질 않는다. 이에 비해 B는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구가 봄에 창문을 새로 갈아 끼게 하려는 유리창 업자에 의해 제시된 것이라면,이 표현은 고도의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글의 성격에 따라 우리는 A처럼 쓸 수도 있고 B와 같이 나타낼 수도 있다. 중복을 초래하는 각종 겹말은 일종의 '군더더기'이다. 군더더기가 많은 문장은 구어(口語)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글에서는 입말처럼 군더더기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글의 성격에 따라 중복의 정도를 달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