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프랑스와 전쟁을 하던 기간 중 경제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사건은 다름 아닌 금태환을 정지시킨 것이다. 나폴레옹전쟁 이전에 금.은 본위제(bi-metallism)를 실시했던 영국은 1793년 프랑스와 전쟁을 시작한 뒤 상당한 금 유출 현상을 겪게 된다. 이는 영국의 통화체제를 위협하게 되고,견디다 못한 영국은 마침내 1797년 금태환을 정지시키게 된다.
본래 금본위제 아래에서는 은행에 금을 맡기면 일종의 보관증서를 발행하는데 이러한 증서를 가지고 있으면 은행에서 언제든지 금으로 바꿔주기 때문에,이 증서는 마치 지폐처럼 쓰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증서를 은행에 가져와도 금으로 바꿔주지 않는 것이 바로 금태환 정지다.
금태환이 정지되면 이미 발행된 각종 은행권이 지폐처럼 쓰이게 되고 그 가치는 금의 가치에 고정되어 있지 않게 된다. 은행권을 가지고 있어도 당장 금으로 바꿀 수가 없고,언젠가 금태환 정지가 풀리고 금태환이 재개되어야 금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태환 정지 아래에서는 환율이 변동하게 된다. 금태환이 가능한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는 금의 가격에 고정돼 있는 반면,금태환이 정지된 나라에서는 통화의 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1797년 금태환을 정지시킴으로써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넘어가게 됐다(물론 당시에는 고정환율제니 변동환율제와 같은 근대적 개념의 용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례가 없던 변동환율제의 시행은 당시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변동환율제 아래에서는 이자율 및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 차이에 따라 자본이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먼저 이자율평형(interestrate parity) 정리라는 것을 살펴보자.
A국과 B국 등 두 나라가 존재하고,두 나라에서의 금융자산 위험성이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두 나라 사이의 자본이동을 결정하는 것은 우선 이자율이 어느 나라에서 더 높은가에 달려 있다. A국에서의 이자율이 높다면 자본이 B국으로부터 A국으로 이동할 것이고,A국에서의 자본 공급은 늘고 B국에서의 자본공급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A국의 이자율은 하락하고 B국의 이자율은 상승함으로써 두 나라에서의 이자율은 결국 같아지게 된다.
그런데 만일 B국에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A국에서 이자가 높다고 A국에 투자할 경우 한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투자할 때와 투자 만기가 된 때에 환율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즉 A국의 높은 이자를 보고 투자를 했는데 만기가 됐을 때 A국 화폐의 가치가 B국 통화가치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이자율평형 정리다. 예를 들어,우리나라의 이자율이 5%이고 외국에서의 이자율이 7%일 때,우리나라의 자본은 외국에 투자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만기시 환율이 떨어져서(외국 통화의 가치하락,혹은 자국통화 가치의 상승) 예상환율변동률이 2%가 된다면 자본은 움직일 이유가 없다. 예상환율변동률이 2%보다 작으면 대외투자가 이뤄지고 2%보다 크면 투자는 없는 것이다.
영국이 나폴레옹과의 전쟁 중에 금태환을 정지시켜 변동환율제로 넘어가면서 파운드화의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금본위제 아래에서 일시적으로 금태환을 정지시키게 되면 전쟁과 같은 그 원인이 제거됐을 때 반드시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갈 것으로 정부가 공언을 하고,국민도 이를 믿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전쟁 당시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자,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고 금태환이 재개되면 파운드화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통화가치가 하락한 상태에서 통화가치의 회복이 예상된다면 당연히 자본은 유입되게 마련이다. 나폴레옹전쟁 기간 중 유럽대륙의 자본이 영국으로 유입된 데는 이 같은 요인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
본래 금본위제 아래에서는 은행에 금을 맡기면 일종의 보관증서를 발행하는데 이러한 증서를 가지고 있으면 은행에서 언제든지 금으로 바꿔주기 때문에,이 증서는 마치 지폐처럼 쓰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증서를 은행에 가져와도 금으로 바꿔주지 않는 것이 바로 금태환 정지다.
금태환이 정지되면 이미 발행된 각종 은행권이 지폐처럼 쓰이게 되고 그 가치는 금의 가치에 고정되어 있지 않게 된다. 은행권을 가지고 있어도 당장 금으로 바꿀 수가 없고,언젠가 금태환 정지가 풀리고 금태환이 재개되어야 금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태환 정지 아래에서는 환율이 변동하게 된다. 금태환이 가능한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는 금의 가격에 고정돼 있는 반면,금태환이 정지된 나라에서는 통화의 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1797년 금태환을 정지시킴으로써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넘어가게 됐다(물론 당시에는 고정환율제니 변동환율제와 같은 근대적 개념의 용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례가 없던 변동환율제의 시행은 당시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변동환율제 아래에서는 이자율 및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 차이에 따라 자본이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먼저 이자율평형(interestrate parity) 정리라는 것을 살펴보자.
A국과 B국 등 두 나라가 존재하고,두 나라에서의 금융자산 위험성이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두 나라 사이의 자본이동을 결정하는 것은 우선 이자율이 어느 나라에서 더 높은가에 달려 있다. A국에서의 이자율이 높다면 자본이 B국으로부터 A국으로 이동할 것이고,A국에서의 자본 공급은 늘고 B국에서의 자본공급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A국의 이자율은 하락하고 B국의 이자율은 상승함으로써 두 나라에서의 이자율은 결국 같아지게 된다.
그런데 만일 B국에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A국에서 이자가 높다고 A국에 투자할 경우 한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투자할 때와 투자 만기가 된 때에 환율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즉 A국의 높은 이자를 보고 투자를 했는데 만기가 됐을 때 A국 화폐의 가치가 B국 통화가치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이자율평형 정리다. 예를 들어,우리나라의 이자율이 5%이고 외국에서의 이자율이 7%일 때,우리나라의 자본은 외국에 투자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만기시 환율이 떨어져서(외국 통화의 가치하락,혹은 자국통화 가치의 상승) 예상환율변동률이 2%가 된다면 자본은 움직일 이유가 없다. 예상환율변동률이 2%보다 작으면 대외투자가 이뤄지고 2%보다 크면 투자는 없는 것이다.
영국이 나폴레옹과의 전쟁 중에 금태환을 정지시켜 변동환율제로 넘어가면서 파운드화의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금본위제 아래에서 일시적으로 금태환을 정지시키게 되면 전쟁과 같은 그 원인이 제거됐을 때 반드시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갈 것으로 정부가 공언을 하고,국민도 이를 믿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전쟁 당시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자,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고 금태환이 재개되면 파운드화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통화가치가 하락한 상태에서 통화가치의 회복이 예상된다면 당연히 자본은 유입되게 마련이다. 나폴레옹전쟁 기간 중 유럽대륙의 자본이 영국으로 유입된 데는 이 같은 요인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