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논리는 국적(國籍)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 자본이든 미국 자본이든 일본 자본이든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면 공산주의 사회라도 마다않는 것이 바로 자본의 속성이다.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탓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외국 자본이 국내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고 이익을 챙기는 것을 비난할 수도 없다.

이 같은 행위를 비난하려면 처음부터 해외 자본의 국내 진입을 막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외국 자본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 전체로 봤을 때 균형을 잃을 정도로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도할 정도로 외국인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각종 세금 감면과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외국계 자본에 엄청난 혜택을 줬고,반대로 국내 기업에는 보유 자산이나 기업을 매각해 몸집을 줄이도록 종용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의 결과로 국내 금융산업의 주도권은 외국 자본으로 넘어갔고,막대한 국부(國富)가 해외로 유출됐다.

우리 정부가 단시일 내에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데 급급하다보니 외국계 산업자본을 끌어들이기보다는 금융자본,특히 단기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을 대거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얻기보다는 고배당 압력과 자사주 매입 압력 등 단기성과 위주의 이익 추구로 기업의 성장잠재력마저 훼손하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과도한 외자 유치가 초래한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외국 자본 논란의 핵심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외국 자본에 부여했던 과도한 특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일이다.

국내 자본의 손발을 묶어놓고 외국계 자본이 독주하도록 만드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출자총액제한과 산업자본규제 등은 국내 자본을 역차별하는 독소 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과세(課稅)제도를 재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법망의 허술함을 악용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법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원칙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자본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