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구속인 걸/사랑은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 로커 김종서의 히트곡 '아름다운 구속'이다.

이 노랫말은 작사가 한경혜씨가 지었다.…'작사 한경혜'라 찍혔던 음반의 총 판매량이 무려 2000만장!>

얼마 전 한 신문에 소개된 작사가 한경혜씨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음반'이라니? 음반(音盤)은 레코드판인데….1970년대 통기타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우선 그렇게 떠올릴 것이다.

물론 사전의 풀이도 다르지 않다.

'전축에 걸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만든 둥그런 판''음성이나 음악 따위를 녹음한 소용돌이 모양의 원반'이 음반이다.

'디스크,레코드판,소리판' 등이 동의어로 올라 있다.

하지만 요즘 실제로 음반을 이렇게 좁은 의미로 쓰는 이는 별로 없다.

기사에 나오는,2000만장이나 팔렸다는 '음반' 역시 레코드판일 리가 없다.

그것은 CD와 테이프를 가리킨다.

사전적 의미의 '음반'은 요즘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음반'의 의미 변화(또는 확장)는 한국음반산업협회에서 제시하는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05년도 음반생산량과 매출액은 각각 1억3162만개,955억원인데 이 데이터는 CD와 카세트 테이프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음반'이란 단어의 의미 확장은 이미 70년대부터 시작됐다.

이 말의 초기 토속적인 우리말은 '소리판'이다.

1936년 나온 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에는 "영숙이는 그 소리판을 찾아서 축음기 위에 걸어놓았다"란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LP판을 거쳐 70년대 중반 카세트 테이프가 나오면서 '음반'의 개념에는 '테이프'가 추가됐다.

80년대 이후에 일어난 또 하나의 변혁은 CD(Compact Disk)의 등장이다.

1986년 SKC에 의해 선보인 CD로 인해 LP판은 거의 대체됐으며 지금은 카세트 테이프도 잘 안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모두 음반이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소리판'이라고 한다)

근래 들어선 온라인상에서 벨소리 등을 비롯 각종 음악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MP3가 유행하면서 새로운 용어가 탄생했다.

바로 '음원(音源)'이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물리용어로) 소리가 나오는 근원,또는 음성을 만드는 에너지원'이다.

새로이 쓰이는 음원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산업적으로 '음원'이란 'MP3에 내장돼 디지털화된 신호를 음성신호로 바꿔 소리를 발생시키는 기계적 장치'를 뜻한다"면서 "음원이란 말 대신 '음악파일'이라고 해야 정확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음원'은 이제 갓 태어나 의미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단어다.

'소리판-음반-CD-음원'에는 단어의 생성과 진화,소멸 과정이 담겨 있다.음반이 끝까지 살아남을지,음원이 뿌리내려 음반이란 단어까지 대체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