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 몰골이 볼수록 가관이다.

'머리는 엄청 크고 납작한데 입이 몹시 큰 게 아래턱은 툭 튀어나왔다.

몸통과 꼬리는 가늘고 짧아 얼핏 보면 머리통과 입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피질은 회갈색에다 돌기까지 덮여 있어 아주 흉한 모습이다.'

몸길이 50cm 정도의 이 물고기 이름은 '아귀'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물꿩(경남),물텀벙(인천),망청어(함경),아꾸 또는 아뀌(전남),아구(서울 경기) 등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사전을 찾아 보면 물꿩이나 망청어는 방언으로 올라 있지만 인천지역에서 통용되는 물텀벙이나 전라 지방의 아꾸(아뀌)는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다.

특히 아구는 '아귀'를 잘못 발음한 것이다.

따라서 맛 좋고 영양가 많은 '아구탕'이나 '아구찜'은 '아귀탕' '아귀찜'이라 해야 바른말이다.

우리 고유어 넙치를 한자어로 '광어',가오리를 '홍어'라 하듯이 아귀는 한자어로 '안강(鮟鱇)'이라 한다.

'안강망 어선'에서의 '안강'이 바로 아귀를 뜻한다.

'안강망'이란 '아귀를 잡는 데 쓰는,눈이 굵은 그물'을 가리킨다.

이처럼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물고기 이름이 잘못 알려진 게 꽤 있다.

비교적 싸고 맛도 좋아 즐겨 먹는 '이면수'는 '임연수어'가 바른 표기다.

옛날 함경도지방에 사는 '임연수(林延壽)'라는 사람이 이 물고기를 잘 낚았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임연수어'에서 '어(魚)'가 탈락하고 받침이 흘러내려 자연스럽게 '이면수'가 됐을 터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아직 '임연수어'의 잘못이라 밝히고 있다.

'황새기젓' '황세기젓'도 잘못 쓰는 말이다.

이 음식의 바른말은 '황석어젓'이다.

'황석어(黃石魚)'란 참조기를 가리키는 한자어이다.

'조기'를 한자어로 '석수어(石首魚)'라 이르는데 이 말이 준 게 '석어'다.

조기 가운데 참조기는 누런빛을 많이 띤다고 해서 한자어로 '황석어'가 된 것.이 역시 어원의식이 약해져 받침이 흘러내리면서 어형변화를 일으켜 '황새기젓' 또는 '황세기젓'으로 발음하기 쉬우나 바른말은 여전히 '황석어젓'이다.

밑반찬으로 많이 먹는 '뱅어포'의 '뱅어'는 무엇일까.

'뱅어'의 원말은 '백어(白魚)'다.

백어란 몸길이 10cm 정도의 반투명한 흰색 물고기다.

'白'의 중국발음이 [pai](외래어표기법에 따른 한글 표기는 '바이')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옛날에는 '배어'로 불렸다.

이 말이 어형변화를 일으켜 '뱅어'가 된 것.우리말에서 이런 현상은 '이어(鯉魚)>잉어,부어(?魚)>붕어,바올>방울,머에>멍에' 등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뱅어'의 경우는 위 경우들과 달리 변한 말이 표준어로 인정된다.

그런데 우리가 즐겨 먹는 '뱅어포'는 실은 '뱅어'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뱅어포의 재료는 괴도라치다.

괴도라치는 장갱잇과의 바닷물고기로 '뱅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괴도라치의 잔새끼를 '실치'라 하는데 이를 말려 여러 마리씩 붙여 납작한 조각으로 만든 게 뱅어포다.

아마도 여리고 반투명한 실치가 뱅어새끼와 비슷하다 해서 '뱅어포'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