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에 오는 9월부터 MBA(경영전문 석사)를 딸 수 있는 경영전문대학원이 설치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15일 경영·물류 전문대학원 설치를 신청한 16개 대학을 심사해 경영 분야에 서울대 등 6곳,물류 분야에 인하대 1곳 등 전문대학원 설치를 예비 인가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예비 인가받은 대학들이 제출한 교원 확보 계획에 따라 교원과 시설이 갖춰지는지 확인한 뒤 6월께 정식 인가를 내 줄 계획이다.

6곳의 학교가 문을 열면 국내 MBA 스쿨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성균관대 등 기존 MBA 스쿨과 6곳을 합해 12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내에 명문 MBA스쿨 생긴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 개설될 경영전문대학원의 수준은 세계 유수 MBA스쿨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교육부는 전망하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이미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로부터 우수 MBA스쿨이라는 인증을 받았고 연세대는 인증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AACSB는 전임 교수 비율이 75% 이상이고 학생 이수 학점의 60% 이상을 전임 교수가 가르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경영대학에만 인증을 주고 있다.

현재 하버드,예일,스탠퍼드 등 미국 내 425개 대학과 런던 비즈니스 스쿨,싱가포르국립대,일본 게이오대 등 해외 69개 대학이 이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서 AACSB 인증을 받은 곳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과 고려대 서울대 등 3곳이다.

MBA 스쿨의 신규 인가로 MBA를 따기 위해 해외 유학을 택하는 직장인과 대졸자들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MBA스쿨 자격 갖춘 대학 많지 않아

MBA스쿨 설립 인가는 이번에 깐깐하게 이뤄졌다.

설립을 신청한 16개 대학 중 10곳이 인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인가 대학의 수가 적은 것은 교육에 필요한 전임 교원을 제대로 확보한 대학이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영전문대학원 설치인가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성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은 "전임 교원으로 일할 수준 높은 경영학 박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16개 학교의 설립을 인가할 경우 학교들은 자격이 충분치 못한 교원을 채용할 것이고 교육의 수준도 떨어질 것으로 판단해 6개 학교에만 설립 예비 인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한국의 MBA스쿨 시장이 성숙돼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교원의 공급과 시장의 성숙도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MBA스쿨의 수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MBA스쿨 설립을 신청했으나 인가받는 데 실패한 건국대 계명대 동국대 동서대 아주대 인하대 중앙대 충남대 한국정보통신대 등 10개 대학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의 강묵현 행정실장은 "지난해 12월부터 학교측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당연히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신규 진입의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조건 충족해야 국내 MBA스쿨 입학 허용

새로 인가받은 MBA스쿨은 등록금도 비싸고 입학 조건도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AACSB 인증을 받은 서울대와 고려대 MBA스쿨에 입학하려면 영어 성적과 경력을 고루 갖춰야 한다.

서울대는 유럽식 모델에 따라 1년(5학기)짜리 MBA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주당 6시간씩 15주 과정이 보편적이지만 주당 6시간(3학점)씩 8주로 기간을 줄여 기업체와 지원자의 기회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100% 영어로 강의가 진행되는 과정과 한국어 과정으로 나눠 학생들을 선발하고 영어 프로그램에는 GMAT(미국 대학원 진학용 영어시험) 점수를 요구할 계획이다.

모든 과정에서 고등학교와 대학 학부(대학원 포함)의 성적증명서와 학업계획서 미래경력계획서 추천서 등을 제출토록 할 계획이며 기업이나 정부기관,비영리 조직 등에서 3년 이상 일한 자에 한해 선발할 예정이다.

가장 많은 학생을 모집하는 곳은 고려대다.

GMAT 점수 제출은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선발 과정에서 영어 인터뷰나 다양한 영어 성적을 참고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영어 실력을 확인할 계획이다.

금융 전공은 거의 100%,야간은 약 30%,전체적으로는 전 과정의 60%를 영어 강의로 진행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3학기를 1년에 마치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봄(1~4월) 여름(5~8월) 가을(9~12월) 학기로 각 학기마다 5과목 15학점씩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학비는 학기당 1200만원으로 연간 3600만원이 소요된다.

경력은 최소 3년 이상이다.

송형석·문혜정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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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BA VS 해외 MBA

MBA. '경력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경영대학원 학위 과정이다.

적지 않은 비용과 1~2년의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학위를 따고 나면 연봉이 크게 오르고 진급 등에도 유리하다.

MBA 스쿨이라고 하면 해외 유명 대학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 대학에도 MBA 스쿨이 개설돼 있지만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입학 후 쌓을 수 있는 인맥의 질,기업의 졸업자 선호도 등에서 국내 MBA스쿨이 해외 MBA스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국내 MBA스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국내 MBA스쿨의 수준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현실적으로 유학이 어려운 사람들은 도전해 볼 만하다.

국내 MBA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다.

외국에서 MBA를 따려면 학비와 생활비,기회 비용 등을 따져 최소 1억5000만원에서 최대 4억원이 들고 입학시험 준비부터 학위 과정을 마치기까지 기간도 3년가량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MBA 등록금은 해외의 10분의 1~4분의 1가량,기간도 1~2년이면 충분하다.

성균관대와 서울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에서 GMAT 성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MBA스쿨 지망생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