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미국 미식축구(NFL)슈퍼볼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하인스 워드는 주한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AP통신마저 "어머니 김영희씨의 헌신적인 보살핌이야말로 오늘의 하인스 워드가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소개하는 등 한국을 포함한 세계 언론이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의 모성애'를 강조하는 기사를 잇달아 실었다.

하지만 언론에서 강조하는 '한국인 전형의 모성애' 칭송은 은연중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맞벌이가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직장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는 추세지만,육아의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돌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풍토다.

"아이가 생겨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재취업은 꿈꿀 수도 없어요."(주부 이연진·32) 육아에 대한 부담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에 따라 독신 여성의 비율도 늘고 있다.

2000년 국내 독신 여성(20~49세,사별ㆍ이혼 포함) 비율은 약 29%에 이르고 있다.

이는 사회적 성취와 육아는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현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저출산 타개책으로 제시하는 정책들이 남성편향적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의심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어머니의 희생이 저출산의 근본원인은 아닌지 고찰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저출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하인스 워드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은 분명 칭송할 만하다.

하지만 그 속에 내포된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항상 희생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강요돼서는 안된다.

제2의 하인스 워드를 키운 아버지를 칭송하는 기사도 지면에서 볼 수 있을 날을 기자는 소망한다.

오지혜 생글기자(서울 오류고 3년) jiheay3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