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간부 4명 실형 선고ㆍ양문형 냉장고 반덤핑 관세

국내 전자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牽制받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정부는 하이닉스반도체 간부 4명에 대해 "D램 가격을 談合했다"는 이유로 각각 5~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우리나라 기업인이 해외에서 불공정 거래행위를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유럽연합(EU)은 국내 가전업체들의 양문형 냉장고에 대해 향후 6개월간 반(反)덤핑 관세를 賦課키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 등 국내 가전 3사는 대(對)유럽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을 타깃으로 한 외국의 무역 制裁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국내 기업들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세계적인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에서 乘勝長驅하고 있는 한국 전자회사들을 견제하고,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조치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거세지는 해외 무역제재


해외 시장에서 최근 강화되고 있는 것이 바로 '가격담합'에 관한 제재다.


'가격담합'은 동종 업종에서 장사하는 기업들이 은밀한 논의를 거쳐 상품 가격을 올리거나 일정 선에서 유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격담합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이를 불법 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890년 제정된 '셔먼법'에 따라 가격담합한 회사와 임직원을 處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04년 이 법을 일부 개정,가격담합을 주도한 기업인에 대한 처벌을 징역 3년 이하에서 징역 10년 이하로 대폭 강화했다.


하이닉스 간부들에 대한 처벌도 가격담합을 했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독일 인피니언 등은 1999년부터 3년간 미국 시장에서 D램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미 법무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미 법무부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3억달러,하이닉스에 1억8200만달러의 벌금을 각각 부과했다.


담합을 주도했던 직원들에 대한 처벌도 이어져 인피니언과 하이닉스 간부들에게 懲役刑이 내려졌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임직원 7명도 조만간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현지 PC업체와 소비자들에게 集團訴訟을 당해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줬다.


담합행위로 조사받기는 국내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최근 미 법무부와 EU로부터 화물운임을 담합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반덤핑 공세도 강화


'덤핑(dumping)'은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가격보다 외국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더 낮춰 파는 행위다.


예컨대 한국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 국내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외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덤핑에 대한 무역제재도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덤핑행위가 있을 경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덤핑업체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다.


이를 '반(反)덤핑 관세'라고 한다.


이달 초 EU집행위원회가 한국 가전업체의 양문형 냉장고에 내린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EU집행위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 등이 유럽 시장에서 양문형 냉장고를 시장 평균가격보다 싸게 팔았다고 보고,앞으로 6개월간 이들 업체에 대해 4.4∼14.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한국기업에 대한 견제 성격 강해


이처럼 다양한 무역제재는 시장경제를 沮害하는 행위를 엄벌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해외 각국에서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에 대한 제재를 하는 것은 자국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나 벌금,實刑 선고 등 해외 각국의 견제는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기업들이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강구하고,정부도 우리 기업에 대한 측면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명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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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읽기


ㆍ牽制 (견제)

ㆍ談合 (담합)

ㆍ賦課 (부과)

ㆍ制裁 (제재)

ㆍ乘勝長驅 (승승장구)

ㆍ處罰 (처벌)

ㆍ懲役刑 (징역형)

ㆍ集團訴訟 (집단소송)

ㆍ沮害 (저해)

ㆍ協助 (협조)

ㆍ赦免 (사면)

ㆍ實刑 (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