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에 남을(historic) 핵 에너지 협정을 마무리지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인도와 미국은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만모한 싱 인도 총리)
부시 대통령과 싱 총리가 지난 2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양국의 민간 핵협력 협정에 합의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두 나라 정상은 이번 합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역사'를 들먹였다.
이번 합의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핵 에너지뿐만 아니라 경제와 정치 부문에서도 긴밀한 밀월관계를 구축하게 된 만큼 양국 정상이 느끼는 성취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를 중국의 '대항마'로 키우려는 미국의 의도와 급속한 경제성장에 필요한 핵 에너지 기술을 확보하면서 한편으론 핵무기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는 인도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양국의 핵 협력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비난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인도에 특혜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인도에 민간 상업용 핵기술과 연료를 공급키로 했다.
대신 인도는 핵 원자로 22개 중 14개를 상업용으로 분류해 국제사찰에 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도는 나머지 8개 원자로는 군사시설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인도가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고속 증식로 2개를 군사시설에 포함시켜 이번 합의는 사실상 인도의 판정승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결산하면서 "(부시의 방문이) 인도판 마셜 플랜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번 합의가 2차대전 직후 유럽 재건을 도왔던 마셜 플랜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방문은 인도가 강국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입장에선 부시 대통령이 더 할 수 없이 좋은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비가입국인 인도에 상업용 핵기술을 제공키로 한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특혜'를 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양국 간 핵 협력이 인도에 대한 특혜라는 점은 부시 대통령이 인도 방문을 마친 뒤 만난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인도와 같은 수준의 민간 핵 에너지 협정을 요구하자 단호히 거부한 데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중국 견제·경제협력 노려
미국이 인도에 특혜를 준 것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아시아의 패권국으로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대규모 무역적자의 '제1위 원인 제공 국가'인 중국은 경제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이에 맞설 견제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가 2050년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게 될 것이란 전망도 미국이 인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현재 1위인 중국은 14억명이 되지만 인도는 16억명으로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될 인도의 엄청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롭 포트먼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핵 협력 합의 발표가 있기 하루 전 카말 나스 인도 통상장관과 뉴델리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교역액이 3년 내에 5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트먼 대표는 "지난해 268억달러였던 양국 간 교역액을 5년 내 두 배로 늘리기로 했으나 이를 3년 내로 단축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는 실무협상을 통해 12개 정도의 분야에서 무역과 투자를 증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중 잣대 비난
NPT 비가입국이면서 이미 30∼35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예외적인 특별 대우는 핵무기의 확산을 금지하고 있는 NPT 체제의 기본 정신을 흔드는 것이다.
NPT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에 한해 핵 보유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도가 '6대 핵 강국'의 지위를 미국으로부터 공인받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NPT 체제의 토대를 미국 스스로 허물었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의 이중 잣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인도와 미국은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만모한 싱 인도 총리)
부시 대통령과 싱 총리가 지난 2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양국의 민간 핵협력 협정에 합의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두 나라 정상은 이번 합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역사'를 들먹였다.
이번 합의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핵 에너지뿐만 아니라 경제와 정치 부문에서도 긴밀한 밀월관계를 구축하게 된 만큼 양국 정상이 느끼는 성취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를 중국의 '대항마'로 키우려는 미국의 의도와 급속한 경제성장에 필요한 핵 에너지 기술을 확보하면서 한편으론 핵무기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는 인도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양국의 핵 협력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비난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인도에 특혜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인도에 민간 상업용 핵기술과 연료를 공급키로 했다.
대신 인도는 핵 원자로 22개 중 14개를 상업용으로 분류해 국제사찰에 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도는 나머지 8개 원자로는 군사시설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인도가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고속 증식로 2개를 군사시설에 포함시켜 이번 합의는 사실상 인도의 판정승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결산하면서 "(부시의 방문이) 인도판 마셜 플랜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번 합의가 2차대전 직후 유럽 재건을 도왔던 마셜 플랜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방문은 인도가 강국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입장에선 부시 대통령이 더 할 수 없이 좋은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비가입국인 인도에 상업용 핵기술을 제공키로 한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특혜'를 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양국 간 핵 협력이 인도에 대한 특혜라는 점은 부시 대통령이 인도 방문을 마친 뒤 만난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인도와 같은 수준의 민간 핵 에너지 협정을 요구하자 단호히 거부한 데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중국 견제·경제협력 노려
미국이 인도에 특혜를 준 것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아시아의 패권국으로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대규모 무역적자의 '제1위 원인 제공 국가'인 중국은 경제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이에 맞설 견제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가 2050년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게 될 것이란 전망도 미국이 인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현재 1위인 중국은 14억명이 되지만 인도는 16억명으로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될 인도의 엄청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롭 포트먼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핵 협력 합의 발표가 있기 하루 전 카말 나스 인도 통상장관과 뉴델리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교역액이 3년 내에 5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트먼 대표는 "지난해 268억달러였던 양국 간 교역액을 5년 내 두 배로 늘리기로 했으나 이를 3년 내로 단축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는 실무협상을 통해 12개 정도의 분야에서 무역과 투자를 증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중 잣대 비난
NPT 비가입국이면서 이미 30∼35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예외적인 특별 대우는 핵무기의 확산을 금지하고 있는 NPT 체제의 기본 정신을 흔드는 것이다.
NPT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에 한해 핵 보유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도가 '6대 핵 강국'의 지위를 미국으로부터 공인받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NPT 체제의 토대를 미국 스스로 허물었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의 이중 잣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