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각종 국가고시의 수석을 여성들이 싹쓸이하는가 하면 취업시장,스포츠 분야에서도 '여인천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지배해온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분명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남녀 간의 무게중심이 균형점을 넘어 지나치게 여성 쪽으로 기운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에선 아직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미국에선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미국 내 각급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현저하게 뒤져 '소년의 위기'가 우려된다는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기사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대학 남학생 비율 44%로 줄어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대니 프랭크후이젠(16)은 집에서 똑똑하고 사려가 깊은 아이다.
하지만 학교에만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일이 많고 깜박 잊고 숙제를 집에 두고 올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평소 B학점 정도였던 대니의 성적은 지난해 D로 떨어졌고 일부 과목은 F를 받기도 했다.
한때 명문 스탠퍼드대 진학을 꿈꿨던 대니는 지금 "주변 대학에도 못 갈 것 같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대니는 '소년의 위기'를 보여주는 한 사례일 뿐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학습 장애 진단을 받거나 학업 성적이 떨어져 특별수업을 받는 남학생 수가 여학생보다 두 배 정도 많다.
고등학교에선 남학생의 필기시험 점수가 여학생보다 훨씬 낮다.
미시간대 조사 결과 학교를 싫어하는 남학생 수는 1980년부터 2001년 사이 71%나 늘었다.
대학의 남학생 비율도 30년 전 58%에서 지금은 44%로 줄었다.
◆남학생은 '불완전한 여학생'?
전문가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정신적,육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학업 성적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 교육 시스템이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과 달리 교실에 조용히 앉아 차례대로 토론하는 것보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교실 분위기는 이 같은 남학생의 '성향'과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당국은 최근 십수년간 학생들의 성적과 상급 학교 진학률을 끌어올리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교과 과정을 까다롭게 만들고 체육시간은 줄였다.
이는 결국 '남성적 심성'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동심리학자인 마이클 톰슨은 이 같은 상황을 빗대 "교실에서 여학생들의 행동이 모범적인 기준이 되고 남학생들은 마치 '불완전한 여학생'처럼 취급받는다"고 지적했다.
남학생들은 또 이 시기에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공부보다 비디오게임 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톰슨은 덧붙였다.
생물학적 문제도 있다.
10대 미만일 때는 물론 11~18세 '틴에이저'의 경우에도 대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2년 정도 정신적으로 성숙하며 이 같은 격차는 18세 정도가 돼서야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남학생들은 폭력이나 가족 내 알코올 중독 등에 노출될 경우 여학생보다 쉽게 상처받는다는 것이다.
과도한 페미니즘이 남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1972년 제정된 교육법(타이틀Ⅸ)은 교실과 운동장에서 여학생에게도 남학생과 같은 기회를 주도록 의무화했으며 이후 여학생의 학업 성취를 돕기 위해 수십억달러가 투자됐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크리스티나 호프 좀머스 연구원은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남녀 학생 간 학업 격차는 수학에서 크게 좁혀졌고 생물학과 화학에선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섰다"며 "그런데도 페미니스트들은 여전히 여학생이 불리하다고 주장해 남학생들은 무시됐고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성향에 맞는 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남학생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으로 남학생과 여학생을 나눠 각각의 성향에 맞게 교육하라고 권고한다.
실제로 2년 전 콜로라도주 더글라스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실험은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학교측은 당시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6학년 학생 일부를 남학생반,여학생반,남녀합반으로 나눠 가르쳤다.
남학생반에선 가급적 아이들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동적 교육'을 실시했다.
성과가 증명됐다고 장담하기는 힘들지만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나중에 시험을 치러보니 여학생반,남학생반,남녀합반 순으로 성적이 나왔고 남녀 간 점수 차이도 크게 줄었다.
여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여전히 뛰어나기는 하지만 남학생들은 남녀합반일 때보다 수업에 훨씬 잘 적응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남학생들에게 정신적 스승(멘토)을 붙여주라고 입을 모은다.
남자 아이들이 인생에서 성공하느냐,그렇지 못하느냐는 상당 부분 주위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와 관련,아버지나 아버지에 준하는 정신적 스승,즉 '아버지상(father figure)'이 없는 아이는 '지도 없는 탐험가'나 마찬가지라고 비유한다.
뉴욕의 남자 고등학교인 이글아카데미가 좋은 예다.
재학생이 180명인 이 학교의 데이비드 뱅크스 교장은 학생들에게 모두 멘토를 갖도록 지도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라펠 멘데스는 처음에는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지역 변호사를 멘토로 삼게 되면서 라펠은 또 다른 '성공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라펠은 지금 법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각종 국가고시의 수석을 여성들이 싹쓸이하는가 하면 취업시장,스포츠 분야에서도 '여인천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지배해온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분명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남녀 간의 무게중심이 균형점을 넘어 지나치게 여성 쪽으로 기운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에선 아직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미국에선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미국 내 각급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현저하게 뒤져 '소년의 위기'가 우려된다는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기사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대학 남학생 비율 44%로 줄어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대니 프랭크후이젠(16)은 집에서 똑똑하고 사려가 깊은 아이다.
하지만 학교에만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일이 많고 깜박 잊고 숙제를 집에 두고 올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평소 B학점 정도였던 대니의 성적은 지난해 D로 떨어졌고 일부 과목은 F를 받기도 했다.
한때 명문 스탠퍼드대 진학을 꿈꿨던 대니는 지금 "주변 대학에도 못 갈 것 같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대니는 '소년의 위기'를 보여주는 한 사례일 뿐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학습 장애 진단을 받거나 학업 성적이 떨어져 특별수업을 받는 남학생 수가 여학생보다 두 배 정도 많다.
고등학교에선 남학생의 필기시험 점수가 여학생보다 훨씬 낮다.
미시간대 조사 결과 학교를 싫어하는 남학생 수는 1980년부터 2001년 사이 71%나 늘었다.
대학의 남학생 비율도 30년 전 58%에서 지금은 44%로 줄었다.
◆남학생은 '불완전한 여학생'?
전문가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정신적,육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학업 성적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 교육 시스템이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과 달리 교실에 조용히 앉아 차례대로 토론하는 것보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교실 분위기는 이 같은 남학생의 '성향'과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당국은 최근 십수년간 학생들의 성적과 상급 학교 진학률을 끌어올리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교과 과정을 까다롭게 만들고 체육시간은 줄였다.
이는 결국 '남성적 심성'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동심리학자인 마이클 톰슨은 이 같은 상황을 빗대 "교실에서 여학생들의 행동이 모범적인 기준이 되고 남학생들은 마치 '불완전한 여학생'처럼 취급받는다"고 지적했다.
남학생들은 또 이 시기에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공부보다 비디오게임 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톰슨은 덧붙였다.
생물학적 문제도 있다.
10대 미만일 때는 물론 11~18세 '틴에이저'의 경우에도 대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2년 정도 정신적으로 성숙하며 이 같은 격차는 18세 정도가 돼서야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남학생들은 폭력이나 가족 내 알코올 중독 등에 노출될 경우 여학생보다 쉽게 상처받는다는 것이다.
과도한 페미니즘이 남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1972년 제정된 교육법(타이틀Ⅸ)은 교실과 운동장에서 여학생에게도 남학생과 같은 기회를 주도록 의무화했으며 이후 여학생의 학업 성취를 돕기 위해 수십억달러가 투자됐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크리스티나 호프 좀머스 연구원은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남녀 학생 간 학업 격차는 수학에서 크게 좁혀졌고 생물학과 화학에선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섰다"며 "그런데도 페미니스트들은 여전히 여학생이 불리하다고 주장해 남학생들은 무시됐고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성향에 맞는 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남학생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으로 남학생과 여학생을 나눠 각각의 성향에 맞게 교육하라고 권고한다.
실제로 2년 전 콜로라도주 더글라스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실험은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학교측은 당시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6학년 학생 일부를 남학생반,여학생반,남녀합반으로 나눠 가르쳤다.
남학생반에선 가급적 아이들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동적 교육'을 실시했다.
성과가 증명됐다고 장담하기는 힘들지만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나중에 시험을 치러보니 여학생반,남학생반,남녀합반 순으로 성적이 나왔고 남녀 간 점수 차이도 크게 줄었다.
여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여전히 뛰어나기는 하지만 남학생들은 남녀합반일 때보다 수업에 훨씬 잘 적응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남학생들에게 정신적 스승(멘토)을 붙여주라고 입을 모은다.
남자 아이들이 인생에서 성공하느냐,그렇지 못하느냐는 상당 부분 주위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와 관련,아버지나 아버지에 준하는 정신적 스승,즉 '아버지상(father figure)'이 없는 아이는 '지도 없는 탐험가'나 마찬가지라고 비유한다.
뉴욕의 남자 고등학교인 이글아카데미가 좋은 예다.
재학생이 180명인 이 학교의 데이비드 뱅크스 교장은 학생들에게 모두 멘토를 갖도록 지도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라펠 멘데스는 처음에는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지역 변호사를 멘토로 삼게 되면서 라펠은 또 다른 '성공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라펠은 지금 법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