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지난달 25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핵문제,이라크 사태와 맞물려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세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팔레스타인 총선에선 하마스가 74석,집권 파타당이 45석을 얻었다.

총선 다음 날 파타당 소속인 아흐마드 쿠라이 총리 내각은 곧바로 총사퇴를 발표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까지 주도하게 되면 길고 긴 중동평화 협상의 여정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공산이 크다.

◆하마스 압박하는 서방진영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진영은 예상치 못한 하마스의 총선 승리에 당혹해하면서도 한편으론 하마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하고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으면 하마스의 집권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먼저 '경제제재'를 압박카드로 꺼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9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으면 EU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과 미국 EU 러시아 등 중동 평화회담 4개 당사국들도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에서 긴급회담을 열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원조는 새 정부가 비폭력 원칙과 이스라엘 인정 등 원칙을 지키는지 검토한 뒤에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작년 한 해 동안 EU로부터 6억달러,미국에서 4억달러를 지원받았다.

지원이 끊기면 팔레스타인은 대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하마스는 이런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4개 당사국과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의해 타협의 여지도 남겨두었다.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30일 "팔레스타인이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계속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과 EU에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은 하마스가 폭력노선을 버리지 않는 한 이들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정부를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했다.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마흐무드 알-자하르는 미국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아직도 영토 확장의 저의를 품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평화를 위한 조건으로 △1967년 6일전쟁에서 얻은 점령지로부터의 철수 △구속자 석방 △공격행위 중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지리적 연계 등을 요구했다.

◆수 천년 계속된 팔레스타인 분쟁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의 동해안 일대를 가리키는 지역 이름이다.

기원전 12세기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배하면서 이 이름으로 불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영토분쟁은 기원전 11세기 모세가 이집트에서 히브리인(지금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고 나와 이곳을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 민족을 위해 하나님이 예비해 놓은 '가나안'이라 불렀고,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원래 자기네 땅이라고 싸운 것이다.

이 지역은 기원전 1세기에는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636년 이슬람교로 뭉친 아랍인들이 로마를 격파한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은 오스만투르크령 시대(1516~1917년)를 포함해 이슬람인들이 지배해왔다.

12세기의 제1차 십자군은 이곳에 예루살렘 왕국을 건설해 통치하기도 했다.

유대인들은 강력한 시오니즘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이주와 국가 수립을 준비했으며 미국의 지원도 얻어내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1967년 중동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전역을 비롯 인근 여러 나라 영토의 일부를 점령했다.

아랍인들도 1964년 이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모체 삼아 게릴라 조직을 만들고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나섰다.

1973년에 열린 아랍 수뇌회의에서 요르단 후세인 왕은 요르단강 서쪽 연안에 대한 PLO의 주권을 인정하는 결실을 거뒀다.

1975년 국제연합은 팔레스타인의 민족자결권과 PLO를 준국가(準國家)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중동평화 협정은 1995년에 성사된 오슬로 협정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점령지를 반환해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를 설립케 하는 대신 △아랍세계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땅과 평화의 교환' 원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PLO가 팔레스타인 임시행정당국(PA)으로 이름을 바꿔 제한적인 자치를 하고 있을 뿐 점령지로부터 이스라엘 군 철수,점령지 반환,자치권 확대 등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