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7월부터 국내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종전 146일에서 73일로 줄이기로 확정했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위한 두 가지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쇠고기 수입허용'과 '스크린쿼터 축소'문제가 모두 해결됨에 따라 한·미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스크린쿼터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월 26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영화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현행 스크린쿼터제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스크린쿼터가 국제통상 규범상 인정되는 제도임을 감안해 제도 자체는 유지하되 상영일수는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크린쿼터 제도는 영화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영화상영관 경영자에게 연간 상영일수의 40%에 해당하는 146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실제로는 몇 가지 예외규정들로 인해 실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106일 정도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한 부총리는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범세계적인 무역자유화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이번에 스크린쿼터를 축소하지만 국제 경쟁력을 입증한 우리 영화산업이 앞으로도 국가 중요 산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빨라질 듯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줄이기로 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절박한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간을 늦출 경우 한·미 FTA 자체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2월2일 '한·미 FTA 추진 공청회'를 연 뒤 같은 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해 미국과의 FTA 협상을 공식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협상을 시작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양국간 FTA 협상을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일이 필요하고 미국측의 협상가능 시한이 빠듯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국간 FTA 협상 개시 공식선언은 2월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한 신속협상권(TPA)이 사실상 내년 3월 말로 끝나는데다 미 행정부가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 의회에서 3개월간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실제 남아있는 협상 기간은 1년도 채 안된다.

미국측으로부터도 협상개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한·미 양국이 협상 개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효과 클 것으로 기대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업 부문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미 FTA 체결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9% 늘어나고 일자리는 10만여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신용등급와 대외신인도 향상에 따른 외국기업의 투자 확대,국제 조달금리 인하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하는 외교·안보적 효과 또한 클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제경제연구소(IEE)는 한·미간 FTA가 맺어지면 미국은 최대 90억달러의 대한(對韓) 무역증대 효과를,한국은 약 110억달러의 대미 무역증대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 FTA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영화계의 반발을 해소해야 할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반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FTA 협상 품목에 쌀이 포함되거나 농산물 관세가 조정될 경우 국산 농축산업의 생산 감소액은 적게는 2조원에서 많게는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농업계는 보고 있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