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육… 세계를 향해 뛰는 중국 만만디 이제 옛말… 걱정되네요"

< 광주수피아여고 양경진 교사 >

현장 교사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Young 한국경제신문 생글생글'의 중국 산업 시찰 대상자에 덜컥 선정되고 나니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 들었다.

인천을 떠나 푸둥 국제공항에 도착해 대륙에 첫발을 내디던 순간, 긴장은 잠시였고,상기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자꾸 수다스러워졌다.

하지만 공항을 나서 상하이의 숙소로 이동하는 내내 그 수다스러움은 쏙 들어가고 말았다. 몇 시간을 이동해도 끝이 없는 벌판,그 벌판을 채워가면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 공단 등 국책 사업들…. 이후로 자긍심에 가득 찬 조선족 안내원의 말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상하이.상하이의 첫 인상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도심 밖 농지의 모습과는 천양지차였다. 도심에 진입하자마자 나타나는 넓은 도로와 고층건물 앞에 선 나는 숨이 컥 막혔다. 거인국에 첫발을 내디딘 걸리버의 기분이 이럴까 싶었다. 내가 알고 있고,생각했던 중국은 과거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곳은 중국 최대의 경제 도시답게 여기 저기에 끊임없이 새 도로와 건물이 건설되고 있었다. 거미줄처럼 도시 곳곳을 2층,3층으로 연결한 고가도로,그리고 그 도로를 자정이 되도록 가득 메운 자동차와 사람들….

도시는 살아 있었다. 공산국가의 경직된 모습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유럽도시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도시 안의 다른 나라,외탄 거리. 과거 조계지로서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다양한 국가의 건축물은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조계지 뒤편에는 우리 임시정부의 투쟁의 역사도 함께 있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임시정부청사가 주변의 개발과 함께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번 방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투쟁하던 선조들의 고초가 가슴을 두드려서일까. 홍보 영상물 상영 내내 여기저기서 조심스럽게 눈물을 훔쳤고 나 역시 애써 눈에 힘을 주고 부릅뜨듯이 관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근처 윤봉길 의사의 의거 현장인 '홍구공원'내에,노신을 기념하는 커다란 석상과 대비되는 '윤봉길 의거현장'이라고 새겨진 작은 비석만이 역사의 흔적이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었지만 쓸쓸함을 떨칠 수는 없었다.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하고 황푸강 위를 운행하는 유람선에서 본 상하이의 밤.홍콩의 야경이 이만할까 싶다. 어두운 강을 따라 화려한 조명을 밝힌 각양각색의 건물들과 강을 가르며 지나다니는 많은 배들이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했다. 중국 경제 성장의 상징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고도성장의 바탕을 교육에서 찾아보고 싶었는데,'상하이 양푸고등학교' 방문을 통해 중국 교육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교과과정 개설과 운영,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 진행,중국인이 아닌 세계인을 육성하는 교육 목표,세계를 품고 매진하는 진지한 학생들의 태도,대학과의 연계 수업을 통한 영재 육성,실험을 통한 과학 탐구 수업 등 부러움을 넘어서 질투까지 생겼다. 그리고 긴장되었다. 아무래도 돌아가서는 우리 학생들한테 잔소리꾼이 될 것 같다.

과거와 현재,동양과 서양,화려함과 소박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상하이에는 모든 것이 공존하고 있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하늘에는 천당이 있고,땅에는 항저우와 쑤저우가 있다는 말처럼 신비한 자태를 뽐내는 서호를 만났다. 서호는 인간의 힘으로 제방을 쌓아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게다가 호수 위의 섬들 또한 강바닥의 진흙을 퍼올려 만든 것들이라고 하니 감탄이 쉴 새 없이 나온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호수를 오가는 배들이 모두 인력이나 배터리를 이용해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란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친환경적인 모습에서 이 나라의 넓은 안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다시 세계의 중심에 서기 위해 자본주의를 중국화한 야심찬 나라.현재 하찮아 보이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세계를 향한 미래상을 당당하게 제시하는 나라.두려운 대상이다.

하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부이긴 하지만 이제 중국을 봤으니 이들을 동반자이면서 시장으로 더 크게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떠날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으나 돌아올 때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돌아서며,4박5일간의 짧은 중국 산업 시찰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폭스바겐,삼성반도체 중국 현지 공장 등 여러 곳을 둘러보았지만 다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겨두며,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생글생글팀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 크게 보고 온 생글생글 선생님들,우리 모두 더 크게 가르칩시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ahong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