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대한 우수갯소리가 있다.
감기란,특히 독한 감기몸살은 약으로 적절히 치료해야 하며,치료를 하면 7일 내에 낫는다.
그러나 감기란,특히 독한 감기몸살이라도 별 치료법이 없으며 그냥 내버려 두어도 길어야 1주일 정도 앓다가 낫는다는 것이다.
감기가 아닌 다른 질병도 어느 정도는 이러한 특성을 갖는 것이 아닐까? 파울로스(John Allen Paulos) 교수는 그의 책 수문맹(Innumeracy,82쪽)에서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의학은 돌팔이 치료,민간 치료법,신앙요법 등이 판치기 쉬운 비옥한 터전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보자.
"의학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이유 때문에 사이비과학이 판치기 쉬운 비옥한 터전이다.
대부분의 질병과 몸 상태는 (a)저절로 치유되거나 (b)자기 한계를 가지며 (c)설사 치명적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심하게 악화되며 진행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라도 개입해 치료하는 것은 그 치료가 아무리 가치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아주 효험 있는 치료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사기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사이비 치료사의 입장이라면 이런 사실은 더욱 명백해진다.
어떤 질병이 일시적인 진정효과(placebo)뿐 아니라 자연적으로 호전됐다가 악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병이 악화되고 있을 때 당신의 사이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렇게 되면 치료 후에 일어나는 상황은 당신의 훌륭하고,아마도 값비싼 진료 때문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환자의 병이 호전된다면 당신의 치료덕택이 되고,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상태라면 당신의 치료가 병의 악화를 막은 것이 된다.
반대로 환자의 병이 악화되면 치료의 강도와 약 투여량이 충분치 않았던 것이며,만일 환자가 죽는다면 당신에게 너무 늦게 온 것이 된다.
어떤 경우에도 당신의 치료가 성공적이었던 몇 번의 사례는 잘 기억될 것이고,문제의 질병이 자기 한계를 가졌다면 이런 예가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실패한 것들은 대부분 잊혀지고 묻혀질 것이다.
어떤 치료를 한다 해도 약간의 성공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다른 어떤 '기적적인 치료법'이 없는 질병이라면 당신의 (사이비)치료법은 하나의 기적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 많은 민간요법가나 신앙요법가 등이 왜 저마다의 주장을 높이 외치면서 활개를 치는지 이해가 된다.
물론 그들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근거가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수문맹자들이 그들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믿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객관적인 측면에서 그들의 주장을 의심해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들의 주장 속에 숨어 있는 허점을 찾아내는 것만이 사이비과학의 해독을 줄이고 참 과학이 설 땅을 더욱 넓힐 수 있다.
민간요법가 중에는 어떤 병에 걸렸다가 그 병을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극복해 그 방법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암에 걸렸던 사람,여러 병으로 몸이 거의 망가졌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실제의 예가 되어 자기만의 치료요법을 외친다.
십여 년 동안 해당 분야를 전공한 의사들보다 그런 사람들이 더 전문가인양 행동하고 사람들은 그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질병은 저절로 낫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불치의 병에 걸린 많은 사람 중에서 소수의 사람들은 저절로 병이 치유되는 것이 확률의 법칙이다.
각종 암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의 예는 수도 없이 많으며 에이즈(AIDS)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사람들 중에도 잠복 기간(10년내지 15년)이 지난 후에도 발병이 되지 않아 정상인처럼 건강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의학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엄마의 뱃속에서 에이즈에 감염됐던 아기가 몇 년 뒤에 감염이 자연적으로 치유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의학이 발달된 현대에도 아직 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모르고 있고,따라서 확실한 치료 방법도 모르는 것이다.
불치병으로부터 소생한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저마다 개인적인 설명과 이론을 만들어 내지만 그 대부분은 틀린 것들이다.
빡빡 깎은 대머리로 유명한 율 부린너라는 배우는 골초로 유명한데 이 배우는 폐암으로 죽었다.
그가 죽기 며칠 전에 촬영한 금연공익광고가 그가 죽은 뒤 미국 TV에 한동안 방영된 적이 있었다.
죽음을 앞둔 초췌한 모습의 율 부린너가 "(인생에서) 무엇을 해도 좋지만 담배만은 피우지 말라(Whatever you do in your lives, just don't smoke)"고 절실히 호소하는 장면은 많은 흡연가들에게 경종을 울렸었다.
그러나 흡연이 폐암의 결정적인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언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매일 3갑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폐암에 걸렸다면,그 병이 흡연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당연히 높다.
그러나 담배골초들이 100% 모두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장수를 하는 심한 골초인 사람도 많고,심한 골초인 사람이 나이가 들어 사망하더라도 흡연과는 상관없는 병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더욱이 폐암에 걸린 사람 중에 15%는 한번도 흡연을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한다.(Fumento, Michael(1993), "How To Understand Scientific Studies," Consumers' Research, June,15쪽) 이처럼 어떤 병의 원인과 그에 따른 치료법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많다.
따라서 사이비 치료요법이 활개를 칠 공간은 많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만 그들의 주장 속에 숨어 있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