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디스플레이 생산량과 전 세계 시장점유율에서 일본을 제친 데는 적극적 투자 못지않게 일본의 오판도 크게 작용했다.

2002년까지 일본은 LCD,PDP 분야에서 세계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강자였다.

LCD는 1990년 일본의 샤프가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보다 무려 5년이 빨랐다.

PDP도 한국보다 3년 빠른 98년부터 마쓰시타,파이어니어,후지쓰 등 일본 간판기업들이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LCD,PDP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 때 일본 업체들은 모두 코웃음쳤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오는 데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그들은 장담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일본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혀갔다.

1997년 외환위기가 대전환점이 됐다.

외환위기가 아시아 국가를 덮치자 일본은 수요 감소를 우려,예정돼 있던 3세대 LCD라인 투자를 유보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전 이미 장비를 들여온 삼성전자는 3세대 라인 투자를 과감히 밀어붙였다.

불과 6개월 뒤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일본 업체를 제치고 대형 LCD 분야에서 처음으로 1등에 오른 것.이후 삼성,LG는 앞다퉈 증산경쟁을 벌였고 한번 기회를 놓친 일본은 좀체 만회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결정타는 2002년 5세대 라인.99년 LCD시장에 대만 업체까지 뛰어들면서 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조차 차세대라인 투자를 망설였다.

이번에는 LG필립스LCD가 가장 먼저 5세대 라인 투자를 선수치고 나왔고 삼성전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때도 일본은 망설였다.

결과는 한국 양사에 대형은 물론 중소형 LCD시장 1위 자리까지 넘겨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