減稅 여부를 놓고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과 기업의 세금을 깎아줘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한나라당의 提案에 "감세는 경기 진작 효과가 없고,부자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극력 반대하면서 여야 간 감세 전쟁은 불꽃을 튀기고 있다.
◆한나라당,소득세·법인세 인하 주장
감세 전쟁은 한나라당의 宣戰布告로 시작됐다.
보수 야당인 한나라당은 지난 9월 정부가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부족을 이유로 소주세율 인상과 각종 세금 감면 축소 등 사실상 증세를 위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내놓자 곧바로 정반대의 감세 방안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감세안은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와 법인세 과세 표준 조정 및 세율 인하를 통해 개인과 기업이 부담해야 할 8조9000억원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것이 골자다.
한나라당은 "감세가 장기 불황으로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 餘力을 키우고 기업들의 투자 의욕도 부추겨 궁극적으로는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지금처럼 고유가로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류세를 낮춰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면 서민생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이 감세를 주장하는 데에는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과감한 감세 정책이 이후 클린턴 정부 때 경기 호황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열린우리당,"감세 혜택 중산층 이상에만 해당된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감세가 부자들만 돕는 정책으로 경기 진작 효과는 없다"며 한나라당의 감세안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절반이 면세점 이하로 소득세를 아예 내지 않고 있는 데다,기업의 34%도 이익을 내지 못해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는 중간 이상의 고소득층과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우리 경제의 痼疾病인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는 게 열린우리당의 주장이다.
더구나 고소득층과 대기업은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소비와 투자를 더 늘리는 성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감세로 인한 경기 활성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차라리 세금을 많이 걷어 정부가 직접 저소득층과 零細 소기업 등에 지원하면 그 돈은 곧바로 소비와 투자에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기 진작 효과가 크다고 역설한다.
이 같은 양당의 엇갈린 주장은 妥協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감세 여부를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립은 두 당의 정치적 지지기반의 이해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상 국민들의 지지에 크게 기대고 있는 한나라당은 감세를 통해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돌려줌으로써 자신들의 支持基盤을 더욱 탄탄히 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지지자들이 많은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중산층 이상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영세 서민들에게 복지 지출 등으로 나눠주겠다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감세 정책을 놓고 양측이 한치의 讓步 없이 맞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정 지출 축소 방안부터 진지하게 검토해야
그러나 감세를 둘러싼 여야 간 논쟁에서 한 가지 看過하고 있는 게 있다.
감세 여부를 떠나 막대한 정부 지출을 아끼고 줄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검토는 적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불황으로 세금이 덜 걷히고 있으니 이런저런 세율을 올려 세금을 더 걷겠다고만 한다.
한나라당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은 안 되고,오히려 세금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세입이 줄어든 만큼 세출(지출)을 어디서 얼마만큼 줄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출 縮小는 특정 부문의 사업비를 줄이는 것이고,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지역이나 계층이 생기기 때문에 표를 먹고 사는 정치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인 탓이다.
이처럼 여야가 모두 정부 지출 축소에 소극적이다 보니 적자 국채를 찍어 부족한 豫算을 메우는 수밖에 없다.
국채 발행을 늘리면 재정이 악화하고,재정 부실은 '세금을 조금 더 걷고 덜 걷고 하는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세수 부족 때문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0조원에 가까운 적자 국채를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재정 지출의 효율적 構造調整이야말로 감세냐,증세냐를 선택하기 이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치라는 얘기다.
재정 지출을 효율화해 예산 규모를 줄이면 감세나 증세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폭을 줄일 수 있다.
감세나 증세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일 것이냐,늘릴 것이냐를 논의하기에 앞서 일단 정부부터 재정 지출 축소로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야 세금을 둘러싼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留念해야 할 것이다.
차병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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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읽기
ㆍ減稅 (감세)
ㆍ提案 (제안)
ㆍ宣戰布告 (선전포고)
ㆍ餘力 (여력)
ㆍ痼疾病 (고질병)
ㆍ零細 (영세)
ㆍ妥協 (타협)
ㆍ支持基盤 (지지기반)
ㆍ讓步 (양보)
ㆍ看過 (간과)
ㆍ縮小 (축소)
ㆍ豫算 (예산)
ㆍ構造調整 (구조조정)
ㆍ留念 (유념)
"국민과 기업의 세금을 깎아줘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한나라당의 提案에 "감세는 경기 진작 효과가 없고,부자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극력 반대하면서 여야 간 감세 전쟁은 불꽃을 튀기고 있다.
◆한나라당,소득세·법인세 인하 주장
감세 전쟁은 한나라당의 宣戰布告로 시작됐다.
보수 야당인 한나라당은 지난 9월 정부가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부족을 이유로 소주세율 인상과 각종 세금 감면 축소 등 사실상 증세를 위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내놓자 곧바로 정반대의 감세 방안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감세안은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와 법인세 과세 표준 조정 및 세율 인하를 통해 개인과 기업이 부담해야 할 8조9000억원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것이 골자다.
한나라당은 "감세가 장기 불황으로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 餘力을 키우고 기업들의 투자 의욕도 부추겨 궁극적으로는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지금처럼 고유가로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류세를 낮춰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면 서민생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이 감세를 주장하는 데에는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과감한 감세 정책이 이후 클린턴 정부 때 경기 호황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열린우리당,"감세 혜택 중산층 이상에만 해당된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감세가 부자들만 돕는 정책으로 경기 진작 효과는 없다"며 한나라당의 감세안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절반이 면세점 이하로 소득세를 아예 내지 않고 있는 데다,기업의 34%도 이익을 내지 못해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는 중간 이상의 고소득층과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우리 경제의 痼疾病인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는 게 열린우리당의 주장이다.
더구나 고소득층과 대기업은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소비와 투자를 더 늘리는 성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감세로 인한 경기 활성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차라리 세금을 많이 걷어 정부가 직접 저소득층과 零細 소기업 등에 지원하면 그 돈은 곧바로 소비와 투자에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기 진작 효과가 크다고 역설한다.
이 같은 양당의 엇갈린 주장은 妥協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감세 여부를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립은 두 당의 정치적 지지기반의 이해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상 국민들의 지지에 크게 기대고 있는 한나라당은 감세를 통해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돌려줌으로써 자신들의 支持基盤을 더욱 탄탄히 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지지자들이 많은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중산층 이상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영세 서민들에게 복지 지출 등으로 나눠주겠다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감세 정책을 놓고 양측이 한치의 讓步 없이 맞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정 지출 축소 방안부터 진지하게 검토해야
그러나 감세를 둘러싼 여야 간 논쟁에서 한 가지 看過하고 있는 게 있다.
감세 여부를 떠나 막대한 정부 지출을 아끼고 줄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검토는 적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불황으로 세금이 덜 걷히고 있으니 이런저런 세율을 올려 세금을 더 걷겠다고만 한다.
한나라당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은 안 되고,오히려 세금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세입이 줄어든 만큼 세출(지출)을 어디서 얼마만큼 줄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출 縮小는 특정 부문의 사업비를 줄이는 것이고,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지역이나 계층이 생기기 때문에 표를 먹고 사는 정치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인 탓이다.
이처럼 여야가 모두 정부 지출 축소에 소극적이다 보니 적자 국채를 찍어 부족한 豫算을 메우는 수밖에 없다.
국채 발행을 늘리면 재정이 악화하고,재정 부실은 '세금을 조금 더 걷고 덜 걷고 하는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세수 부족 때문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0조원에 가까운 적자 국채를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재정 지출의 효율적 構造調整이야말로 감세냐,증세냐를 선택하기 이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치라는 얘기다.
재정 지출을 효율화해 예산 규모를 줄이면 감세나 증세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폭을 줄일 수 있다.
감세나 증세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일 것이냐,늘릴 것이냐를 논의하기에 앞서 일단 정부부터 재정 지출 축소로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야 세금을 둘러싼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留念해야 할 것이다.
차병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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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읽기
ㆍ減稅 (감세)
ㆍ提案 (제안)
ㆍ宣戰布告 (선전포고)
ㆍ餘力 (여력)
ㆍ痼疾病 (고질병)
ㆍ零細 (영세)
ㆍ妥協 (타협)
ㆍ支持基盤 (지지기반)
ㆍ讓步 (양보)
ㆍ看過 (간과)
ㆍ縮小 (축소)
ㆍ豫算 (예산)
ㆍ構造調整 (구조조정)
ㆍ留念 (유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