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외국계 펀드에 세금 2148억원 추징했는데…

국세청이 최근 론스타 칼라일 등 외국계 펀드 5개에 대한 稅務調査를 통해 214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번 세금 追徵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시장에 진출해 부동산과 주식 부실채권 등에 투자해 큰 돈을 벌어들인 외국계 펀드에 대한 첫번째 특별 세무조사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조세 避難處를 통한 투자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매겼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부동산 주식 등 사들여


외국계 펀드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다.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펀드를 결성한 후 라부안 케이맨군도 등 租稅回避地域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이들은 부실채권과 부동산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기업 부실채권은 기업이 갚아야 할 빚문서와 같은 것으로 외환위기 직후 대부분의 기업 부실채권은 액면가의 10~20%에 거래됐다.


이들은 알짜 기업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뒤 회수에 들어가 몇배의 수익을 남겼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1998년부터 이들은 서울시 요지의 대형 빌딩을 사들였다.


부실채권이나 부동산뿐만 아니라 기업과 은행도 사들였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제일은행을,칼라일은 한미은행을,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각각 인수했다.


그리고 뉴브리지와 칼라일은 은행을 재매각,1조원대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외자 유치'가 지상과제였던 外換危機에서 벗어나자 한국 사회는 외국계 펀드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성을 갖고 있는 은행을 외국계 펀드에 매각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엄청난 차익을 남기고도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는 데 대한 반감 등이 그것이었다.


국세청이 이번 조사의 타깃으로 삼은 론스타가 대표적인 사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로 여론의 標的이 된 데다 2001년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인수한 스타타워빌딩을 작년 말 매각해 2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지만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론스타는 부동산 매각에 따른 세금을 피하기 위해 스타타워를 소유한 회사의 주식을 매각하는 모양새를 갖췄으며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법인의 주식 거래를 制裁하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펀드를 벨기에에 설립한 후 스타타워에 투자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벨기에 사무소를 실제 업무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미국 론스타펀드 본사를 투자와 이득을 얻은 주체로 보고 과세했다.


또한 전 론스타 대표가 미국 영주권자임을 이용,세금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과세와 동시에 검찰에 告發까지 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조세권 확보 정당하나 외자배제 풍토는 위험


이번 조사와 세금 추징은 조세주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문제점도 나타났다.


세무조사 과정이 공개돼 '여론에 따른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줬고 표적조사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 언론은 이번 조사를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외환위기 이후 개방으로 방향을 잡았던 한국이 다시 국수주의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疑懼心을 초래했다.


이번 세무조사가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시켜 국제시장의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펀드의 긍정적 역할마저 무시하게 되는 이분법적 판단이 국민 속에 자리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국민 '속풀이'로 끝나서는 안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조사가 국민의 단순한 '속풀이'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외국계 펀드들이 쉽게 빠져 나갈 수 있는 법망을 촘촘히 整備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게 정부의 임무다.


한국에서 실질적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


외국계 펀드로부터 배울 것은 철저히 배워야 한다.


외국자본 입장에서는 세금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當然하다.


국내법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통해 세금을 피하려는 치밀한 전략과 원금의 몇배를 차익으로 남기는 이들의 투자기법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세무조사는 돈을 많이 벌어간 외국인들에 대한 질시와 국민의 '배아픔'을 해소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 분명하다.


김용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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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플러스+


-외국자본의 조세회피 노력은 정당한가

-외국자본의 역할

-외국계펀드 과세 이후 예상되는 변화


■ 한자읽기


ㆍ稅務調査(세무조사) 追徵(추징) 避難處(피난처)

ㆍ租稅回避地域(조세회피지역) 外換危機(외환위기) 標的(표적)

ㆍ制裁(제재) 告發(고발) 疑懼心(의구심) 整備(정비) 當然(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