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3억 인구 중 최고 부자인 천톈차오 샨다 회장은 올해 나이가 서른 셋밖에 안 됐지만 재산이 150억위안(약 1조9000억원)이나 된다.
이 젊은 기업가의 재산은 대부분 주식이다.
6년 전 부인,동생,친구와 동업으로 세운 온라인 게임 회사 샨다가 지난해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돼 시가총액 기준 19억달러(약 2조원)짜리 회사가 되면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천톈차오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샨다는 개발사가 아니라 게임 배급자로 출발했다.
4년 전 한국 회사 위메이드가 만들고 액토즈소프트가 해외 판권을 갖고 있는 '미르의 전설'이 중국 파트너를 찾고 있을 때 배급권을 따낸 것을 계기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미르의 전설은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고 덕분에 한국산 게임은 지난해 말 조사에서 중국 게임 시장의 75%를 점유했다.
샨다가 그 수혜자 중 하나다.
천톈차오가 샨다를 통해 기업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방대한 시장 규모 덕분이었다.
중국의 네티즌 인구는 현재 1억명에 달한다.
샨다는 이 나라에서 '생소하고 불온한 오락'으로 여겨졌던 온라인게임 시장을 개척해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이 흔치 않았던 시절 '미르의 전설'이라는 노다지를 발굴해낸 것은 그가 분명 사업가로서 남다른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톈차오에겐 자기가 믿는 것을 밀어붙이는 배짱과 자신감이 있었다.
천톈차오가 2001년 미르의 전설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 게임이 "큰 돈을,그것도 엄청나게 큰 돈을 벌어줄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호언 장담했고 사람들은 곧이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 있던 자금 30만달러를 몽땅 배급권을 따내는 데 쏟아부었다.
배급사 자격을 얻고 난 후엔 직원 50명 중 30명을 내보내고 남은 사람들에게도 평소 월급의 80%밖에 못 줄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했다.
그는 이 난관을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식 '내지르기'로 뚫고 나갔다.
액토즈소프트와 맺은 배급권 계약서를 들고 중국 IT 회사 랑차오와 미국계 델을 찾아가 두 달 후부터 사용료를 낼 테니 서버를 빌려 달라고 졸랐다.
이 서버 임대 계약서는 다시 국영 통신회사 차이나텔레콤으로부터 두달 동안의 무료 인터넷 사용권을 얻는 데 사용됐다.
중국에선 유료 온라인게임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게임 카드'라는 것을 사야 하는데 카드 유통 회사 파트너도 돈이 벌리는 대로 수익을 나누자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어 구했다.
보유 현금도,은행 대출도 크게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을 벌인 것이다.
당시 중국은 투자하려는 기업은 많고 제대로 된 인터넷 업체 수가 적을 때여서 천톈차오의 배짱이 먹혀들었다.
이렇게 해서 미르의 전설은 2001년 9월28일 중국에서 시험 테스트를 시작했고,두 달 만에 회원수 40만명을 돌파했다.
천톈차오는 두 달 후부터 랑차오,델,차이나텔레콤에 약속한 대로 서버와 인터넷 이용료를 낼 수 있었다.
천톈차오는 사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집중과 속도'라고 말해왔다.
조언을 구하러 오는 벤처 기업가들에게 "창업자는 대부분 자기만의 영감과 방향이 있는데도 자신을 믿지 않고 다른 돈 버는 기회가 보일 때마다 자꾸 한눈을 판다"고 지적하면서 "다각화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는 있지만 성공하긴 어렵다"고 조언해준다.
그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방향을 잡았으면 올인(all-in)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속도다.
속도는 기회가 왔을 때 미루지 않는 것이다.
그는 각종 인터뷰에서 "세상에 일을 그르치는 것은 없다.
시간을 그르칠 뿐이다"라고 말한다.
샨다는 상장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구한 자금으로 올들어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벌이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인 시나닷컴 지분 19.5%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고 한국 액토즈소프트도 인수했다.
액토즈소프트는 샨다를 키워준 과거 클라이언트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산 이유는 온라인게임 개발 노하우를 손에 넣고 진정한 게임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이다.
천톈차오 회장은 이 같은 기업 인수를 통해 "샨다를 온라인 게임뿐 아니라 영화 도서 음악 등 다양한 오락거리를 공급하는 인터넷 세계의 월트 디즈니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