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서 가변비용(VC)과 평균비용(AV),그리고 총비용(TC)을 배웠다. 그리고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한계비용(MC)에 대해서도 개념을 공부했다. 오늘은 지난회에서 배운 기본개념들을 토대로 '기업이 손해를 보면서도 생산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공부해보자.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재화의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가정한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무한히 많기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의 개별적인 행동은 시장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시장가격은 이미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그래프로 표시하면 수평선으로 나타난다.

기업의 이윤이 극대화되는 생산량은 어떤 조건 아래서 결정될까. 원리는 간단하다. 이윤이 커질 때까지 생산량을 늘릴 것이다. 생산량을 늘렸더니 되레 이윤이 감소한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즉 추가생산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순간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물건 10개를 만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열 번째 물건을 만드는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즉 한계비용이 8이라고 하자. 그런데 시장가격이 9원이면 열 번째 만든 물건을 시장에 팔아서 9원을 얻는 반면,이 물건을 만드는데 추가로 드는 비용은 8원이므로 이윤은 커진다. 그러므로 생산을 더 늘려야 한다.

반대로 12개의 물건을 만드는 경우,한계비용이 10원이라면 열두 번째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팔아 얻는 9원보다 추가로 들어간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생산할수록 이윤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결국 이윤을 가장 크게 만드는 생산량은 11개를 생산함으로써 (이 때의 한계비용을 9원이라 하면) 한계비용과 시장가격이 같아지는 경우다. 이것이 바로 이윤극대화의 조건이다.

그래프 상에서 수평선으로 가격을 그렸을 때 한계비용과 만나는 점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생산량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제 시장에서 어떤 특정한 가격이 주어진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먼저 시장에서 주어진 가격과 한계비용이 만나는 점이 평균총비용보다 높은 상태(그래프,P1)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게 되면 기업은 이윤을 얻게 된다. 가격에 생산량을 곱한 총수입이,평균총비용에 생산량을 곱한 총비용보다 크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장가격이 한계비용과 평균총비용이 같은(시장가격선이 평균총비용의 최저점에 접하는) 점에서 만나 생산이 이루어지면(P2) 이윤도 손실도 없는 상태가 된다. 이를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격이 손익분기점보다 더 낮은 상태에서 한계비용과 만나면(P3) 어떻게 될까. 당연히 기업은 손실을 볼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여기서 생산을 중단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만약 이 기업이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더 이상의 가변비용은 들어가지 않겠지만,고정비용은 생산 여부와 관계없이 들어간다.

따라서 기업은 생산을 하지 않더라도 고정비용만큼의 손실을 보게 된다. 결국 이 기업은 생산을 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가변비용과 고정비용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면 생산을 함으로써 손실을 줄이는 편이 나은 셈이다.

이제 가격이 더 낮게 주어져 평균가변비용보다 아래에서 한계비용과 만나 생산이 이루어지는 경우(P4)를 생각해 보자. 이렇게 되면 고정비용은 물론 가변비용도 커버되지 않고,따라서 생산을 그만둠으로써 고정비용 만큼만 손해를 보는 것이 낫다.

이처럼 시장가격이 평균가변비용보다 낮아지기 시작해서 생산을 그만두게 되는 점을 조업중단점이라고 한다.

손익분기점과 조업중단점 사이에서 가격이 주어지면 손실이 생기더라도 기업은 생산을 계속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단기에 있어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경제학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하겠다.

노택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