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생글을 보는 어른 마니아들이 급증하는 현상은 생글생글을 발행하는 한국경제신문 측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고교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기대했던 결과지만 어른들이 생글생글에 열광하게 될 줄은 짐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부동산,금리,무역,경제 양극화 등 경제 이슈들에 대한 마땅한 교재조차 없었던 데다 최근 중요성이 크게 높아진 대입 논술만 하더라도 제대로 기획된 교육 재료가 태부족이었던 이유가 역시 가장 컸다.


[생글생글] 직장인…과외 알바…대학생도 "생글 마니아"


[ 사진 : 놀랍게도 생글생글을 보는 직장인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생명 법인사업부 직원들이 생글생글을 보며 경제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바로 이런 상황에서 생글생글이 제때 나와준 것이 불과 두달 만에 630여 고교가 20만부를 구독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런데 어른들이라니….


'생글생글은 원래 고등학생을 위한 매체인데 어른들이 구독 주문을 한다'니 사연부터가 궁금했다.


정제된 경제 정보,논리적인 사고력 배양,합리적인 논리 구사에 굶주린 사람들이 기성세대에서도 매우 많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생명 법인사업부 직원들은 한달 전부터 생글생글을 사무실에서 받아보기 시작했다.


우연히 생글생글을 접한 직원 중 하나가 직원들이 봐도 될만큼 수준이 높다는 것에 착안,사무실로 20부를 신청한 것.그 이후 생글생글은 월요일 아침 티타임에 빠지지 않는 메뉴가 됐다.


법인영업 2팀의 박원열 과장은 "영업을 하다보면 경제 전반에 대한 얘기들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생긴다"며 "생글생글을 보면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경제 뉴스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생글생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전 시간만 해도 생글생글은 여타 경제신문과 비슷한 신분을 갖는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되면 다른 기성 신문과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다.


보통의 신문들은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들어 가지만 생글생글은 중·고등학생 학부모를 둔 강한철 상무 등 직원들이 알뜰살뜰하게 전부 챙겨간다.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공동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조전혁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고등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생글생글을 대학생들의 교육에 활용키로 한 것.고등학생용 신문을 보라고 하면 대학생들이 기분나빠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조 교수는 "부끄러울 게 뭐가 있나요.


공부하는 건데"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경제는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학 신입생 중에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라며 "신입생들에게 경제 소양을 심어주기 위해 2학기 개강과 동시에 생글생글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120부를 신청해 개강하는대로 학생들에게 읽힐 계획이다.


○…놀랍게도 재테크를 위해 생글생글을 찾는 직장인도 있다.


쉐라톤 워커힐 호텔 예약과에 근무하는 정재윤씨(29·여)는 매주 월요일을 생글로 시작하는 '생글마니아'다.


정씨는 "생글생글을 보고 나면 주요 경제이슈들의 전후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등학생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논리생략이 없고 그만큼 정리도 잘되어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글생글 예찬. "생글생글도 보고 한국경제신문도 봐요.


경제지식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그녀는 "생글생글 편집진이 선택해주는 경제기사들이 오히려 정리가 잘되어있다"며 "재테크 상품이나 방법을 선택하려면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는데 이 때도 생글생글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개인자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다시 말해 과외 알바들의 구독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에 다니면서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김진경씨가 과외강사로서 생글을 구독하는 대표적인 예다.


김씨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는데 경제 관련 읽기자료가 없어 고민하다 생글생글을 알게 됐다"며 "생글 수준의 경제분야 글쓰기 읽기 자료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위권 중학생이 타깃인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는 생글생글을 학습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습지원팀 김홍균씨는 "생글생글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문이기는 하지만 상위권 중학생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20여명의 상담교사들을 동원,생글생글을 활용한 학습자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