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대박을 꿈꾸며 산다.

평소 복권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A씨는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로또 복권부터 샀다.

간밤에 좋은 꿈이라도 꾼 걸까? 하지만 짐짓 태연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당첨 되고 안 되고는 복골복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더라도 직접 사전을 찾아보지 않으면 정확한 뜻을 모르는 말들이 의외로 많다.

'복골복' 같은 말은 '복걸복' '볶을복' 등으로 변형돼 쓰이기도 하는데,막상 사전을 찾으면 나오지 않는다.

이 말의 바른 표기는 '복불복(福不福)'이기 때문이다.

이는 유복과 무복,즉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로서 같은 경우나 같은 환경에서 여러 사람의 운이 각각 차이가 났을 때 쓰는 말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사전은 물론이고 북한의 <조선말대사전>(1992년)에서도 표제어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전국적으로 쓰던 말임을 알 수 있다.

이 말이 언제부터인지 '복골복'식으로 변형돼 쓰이는 것은 어원 의식이 희박해지면서 잘못 발음한 것이 입에서 굳어져 버린 탓이 크다.

한편으론 한자를 잘 쓰지 않음으로 인해 정확한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유형의 말들 중엔 한자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가령 사리 분별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 '숙맥'인지 '쑥맥'인지 헷갈려 하는 게 그런 경우다.

숙맥이 '숙맥불변(菽麥不辨)'에서 온 말이고 그 뜻은 말 그대로 '콩인지 보리인지도 구별하지 못한다'라는 것을 알면 헷갈릴 염려가 없다.

"산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어도 이건 절대 양보 못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이 역시 잘못 알고 하는 소리다.

'산수갑산'은 어떤 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각오해야 할 매우 어려운 상황을 강조해서 말할 때 쓰이는데,바른말은 '삼수갑산(三水甲山)'이다.

이는 조선조 때 귀양지인 함경남도 북서쪽 삼수와 갑산 지방을 가리키는 데서 온 말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오지 중의 오지였으니 예부터 이곳을 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각오할 정도라는 뜻을 담은 말이 된 것이다.

장사 지낸 후 세 번째 지내는 제사를 삼우제(三虞祭)라고 하는데,이 말도 한자 의식이 흐려져 정확한 표기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가령 삼오제니 삼오재니 삼우재니 하는 식이다.

물론 그러다 보니 발음도 대충한다.

초우(初虞),재우(再虞),삼우(三虞)가 있다고 이해하면 외우기 쉽다.

이와 관련해 주의할 말은 '사십구재(四十九齋)'다.

'사람이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지내는 재'를 말한다.

사십구재는 불교에서 온 말로 '칠칠재(七七齋)'라고도 한다.

불교용어에서 '재(齋)'는 '명복을 빌기 위해 드리는 불공'을 뜻한다.

이를 '사십구제'로 착각해 잘못 쓰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