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CO₂)를 둘러싸고 전 세계가 격랑에 휩싸였다. 그 소용돌이는 지난달 28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시작됐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인도 호주 등 6개국이 '기술 개발을 통한 자율적인 이산화탄소에 관한 아·태지역 6개국 파트너십'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현행 기후협약체제인 교토의정서에 대한 반란…." 국제사회는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의 이 같은 시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 협력체제 구축을 명분으로 한 6개국 협의체가 왜 문제가 됐을까.

◆양적 규제보다는 질적인 감축으로 전환 시도

국제사회가 반발한 이유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 6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양적(量的) 기준으로 의무화'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기술개발 등 '질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점진적 감축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미 형성된 국제환경 규제질서를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이 깨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WWF)은 "부시가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전략"이라고까지 비난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1997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일본 교토에 모여 규제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한 기후협약을 말한다.

2008년부터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해 2012년까지는 CO₂와 프레온가스 등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평균 5.2% 줄이기로 한 것이 골자다. 한국을 비롯한 151개국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해 이행하기로 한 교토의정서는 지난 2월 발효됐다.

문제는 이행이 만만치 않고,배출물량을 제어하는 시스템 자체에 불만을 품은 국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1위국인 미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7%를 줄이겠다고 해놓고는 정작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도 않았다. 관련기술을 개발하고 산림을 조성하고 CO₂배출권을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국기업에도 압력을 가해야 하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인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도 감축약속이 커다란 짐이 됐다. 한국이 2015년까지 온실가스를 5% 감축하려면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3.5% 내외)보다 0.4%포인트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제조업 중심인 이들 6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국가의 47.9%(200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 싸움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마찰을 'EU가 주도하는 교토의정서'와 '미국이 주도하는 신기후협약체제'의 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환경규제 기준과 배출권 거래시스템,제품표준 등에 대한 주도권 다툼은 세계무역의 미래 주도권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등 EU 국가들이 미국과 일본 한국을 옥죄는 무기로 '배출량 감축'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으로서도 2012년 이후부터 감축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양한 카드를 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신기후협약 참가는 이를 감안한 종합포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는 2007년까지 시행할 '기후변화협약대응 제3차 정부종합대책'을 이미 마련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하이브리드 무·저공해 자동차 보급,자동차 공회전 규제 강화,청정연료(바이오디젤 등) 보급 확대 등에 3조17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농도 측정, CO₂흡수량 조사,생태계 변화 모니터링,기후변화의 건강영향 평가 등도 병행할 계획이다. 환경부 온실가스감축기획단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환경관련 화두는 당분간 국가이익 우선이라는 실용주의 쪽으로 기울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관우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