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1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서울외고 유학반 친구들.미국 대학 탐방을 간다는 사실을 즐거워하며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이번에 방문하기로 한 대학은 Columbia,Yale,MIT,Harvard,NYU(New York University),UPENN(University of Pennsylvania),Princeton,Georgetown 등 8개 대학이다.
나와 친구들은 뉴욕 JFK공항으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받아 탑승했다.
비행기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들어서자 창문 밖에는 나무로 뒤덮인 산과 평야가 끊임없이 펼쳐졌다.
중간중간에는 푸른색의 유리 같은 호수와 산 꼭대기의 눈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승목 학생은 "디지털카메라 메모리 칩도 1GB로 바꿨으니 몇 천장은 찍을 수 있다"며 호기있게 말했다.
미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가 다 돼서였다. 밤 늦게 들어선 숙소는 상당히 오래된 Inn이었다. 분위기 때문인지 주위에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주차장에 설치된 가로등 몇 개만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다음 날 작은 버스를 타고 뉴욕 시내로 달렸다.
길 옆에 펼쳐진 도시 풍경은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서울에 없는 근사한 다리와 다양한 건물들이 '여기는 미국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컬럼비아대는 뉴욕 중심지인 맨해튼에 위치해 있는데도 대학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도시라는 느낌이 사라지게 만드는 그런 학교였다.
입구에 보이는 낡았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서양식 건물과 깨끗하고 넓은 잔디밭을 보니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와 반대로 뉴욕대는 도시 자체가 캠퍼스였다.
뉴욕대를 갔을 때는 도시의 높은 건물들과 대학 건물들 속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입시설명회가 열리는 건물을 찾아 헤맸다.
뉴욕대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컬럼비아대와 캠퍼스 느낌이 비슷했다.
많은 친구들이 "이런 곳이 바로 대학이야.여기서 공부해보고 싶다"며 미래를 꿈꿨다.
미국 최고의 공대 중 하나인 MIT는 건물만 봐도 공대라는 게 느껴졌다.
한 건물 안에 펼쳐져있는 광경은 학업에 대한 열정 그 자체였다.
유리 공간으로 나누어진 연구실 안에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연구하는 학생과 걸어 다니면서 랩톱 컴퓨터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작업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하버드와 함께 미국 최고의 명문대로 불리는 예일대는 주위 환경이 조용하고 깨끗했다.
주변에 있는 집과 나무들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예일대 도서관에는 건물 안에 또 하나의 건물 같은 거대한 유리공간이 있었는데,높이는 보통 건물의 3층 정도 돼 보였다.
그 안에는 책꽂이에 책들이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다.
미국의 대학 입학설명회는 한국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보통 강의실에서 파워포인트로 발표회를 갖는다.
수많은 사람들은 입학에 필요한 내신성적 등을 보기 위해 오직 화면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흔하다.
그러나 미국 대부분 대학의 입학설명회는 마치 대화를 나누듯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입시 담당자가 강의실 교탁 앞에서 학교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씩 풀어가며 설명할 때마다 사람들은 웃기도 하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서로 몇 마디 주고 받으며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입학설명회가 진행됐다.
하버드 입학설명회는 그중에서도 매우 독특하게 진행됐다.
강의실 칠판 앞에 의자를 놓고 앉은 사람은 입시 담당자와 두 명의 하버드대 학생이었다.
입시 담당자는 학교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다가도 그 학생들에게 "내가 모르는 캠퍼스 생활을 한번 말해보렴"이라고 청하자 그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흔쾌히 들려줬다.
서로 "맞아! 나도 그런 적이 있지"라고 말하는 등 열정을 가지고 설명했다.
한국 대학설명회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미국 대학들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입학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역사에서부터 학교생활 등 모든 것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을 성적만 보고 뽑지도 않는다.
학생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평가한다고 그들은 말했다.
"직접 들어보니까 입시 제도가 어떤지,뭘 준비해야 하는지 실감이 가지?" 맹경욱 카운슬러의 말 한마디에 우리들은 조금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방문은 대학 탐방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MIT에서 버스를 타고 하버드로 이동하던 날,학생들은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
많은 사람이 탄 버스에서 하차하려던 몇 명의 흑인 여성을 위해 길을 내줘야 했는데,나와 친구들은 최대한 옆으로 붙어서 지나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 흑인 여성들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Excuse me"를 여러 번 외치고 하차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흑인 아저씨는 동양 사람들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둥 잡다한 말을 해댔다.
나중에는 Mr.Stop이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다양한 인종이 섞이고 자유의 나라라고 하지만 우리들은 미국에 아직도 인종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 미국에 갔다 온 유학반 학생들 모두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얘기한다.
가끔씩 떠오르는 나쁜 기억들은 기분을 약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모두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학이란 색다른 목표를 꿈꾸며 달리고 있다.
권종범 생글기자(서울외국어고 2년) callofjazz@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