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서 서로 다른 사실을 제시하며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본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신문을 비교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교를 할 때는 동일한 사항에 대해 비교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와 관련된 글을 살펴보자. 글을 읽어 가면서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주장과 근거를 잘 파악하고,근거가 타당한지 여부를 따져보고,본인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정리해봐야 한다.
■ 사설 A
논술과 관련해 정 총장은 "현재 준비 중인 논술은 교과서뿐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의 다양한 독서가 결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험의 대상은 현재 고교생이며,학교에선 이에 대비한 교육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는 실패한다.
다시 강조하지만,정부·여당과 서울대는 자존심 대결 대신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OOO신문,2005년 7월8일자
■ 사설 B
교육에서 경쟁력과 평등의 가치는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평준화 정책을 통해 평등 쪽에 너무 치우쳤다.
이제는 무게중심을 경쟁력 쪽으로 이동시켜야 맞다.
평등교육 전통이 강한 몇몇 선진국이 21세기 들어 교육경쟁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입시 문제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
학생을 뽑는 일은 대학에 맡기고 정부는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OO일보,2005년 6월16일자
<사설 A>에 따르면 서울대의 입시안은 고등학교 교육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평하고 있다. 이는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서울대 입시안의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고 말한다. 현실과 동떨어졌으니 이에 대한 대비는 학교에서 하지 못하고 사설 기관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 사설은 '정부·여당과 서울대는 자존심 대결 대신 학생들을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게 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맺고 있다. 이것은 서울대가 학교의 자율성만 강조하지 말고 사회적인 책임성을 다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서울대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책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서울대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학 모두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이 내용만으로 불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울대 입시안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며 이에 대해 서울대는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 <사설 A>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사설 B>는 '학생을 뽑는 일은 대학에 맡겨라'라고 말한다. 글쓴이는 교육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력은 '자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자유롭게 경쟁하라는 의미다. 따라서 <사설 B>는 대학들끼리 자유롭게 경쟁을 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부가 할 일은 따로 있다고 한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사설 B>에 나타나 있지 않다. 하지만 핵심은 분명하다. 대학의 자율성. 그리고 그 근거는 경쟁력이다. 교육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며,국가 경쟁력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결국 <사설 A>는 정부와 여당이 서울대와 '함께'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해 고민을 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근거는 서울대의 입시안이 교육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설 B>는 정부는 간섭하지 말고 대학 자율에 맡기라고 말한다. 대학 자율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제 두 사설의 주장과 근거에 대해 정리가 됐다. 필요한 것은 각 주장의 근거가 타당한지,논리적 비약은 없는지,사실적 근거는 있는 것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위의 인용된 부분만 가지고는 이러한 판단이 힘들다. 그것은 앞으로 여러분들이 사설을 읽으면서 해야 할 일이다. 여기서는 사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해보라는 권고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논술은 실천이다. 수만 번 수업을 듣는 것보다 본인 스스로 한 번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석록 원장 stonelee@megastudy.net
[ 약력 ]
△(전)서울 화곡고 국어교사
△(전)서울시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어영역 출제팀장
△(전)EBS 언어영역&논술 강사
△(현)대치 메가스터디 원장
<저서> '2008 대학입시 이렇게 준비하라' '언어영역 학습법' 7차교육과정 교과서 '국어생활' '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