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세수(稅收)를 늘리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관세를 부과했을 때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어떤 상품,예를 들어 X를 수출하고 Y를 수입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Y를 수입한다는 것은 이 상품의 국내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Y의 국내 가격보다 국제 시세가 더 싸다면 누군가가 이 상품을 수입해서 국내에 공급하게 될 것이다.

Y의 국내 가격은 수입 확대로 인해 국제 시세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국내 생산업자들이 생산과 공급을 줄이는 반면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늘어난 수요와 줄어든 공급의 차이만큼이 수입되는 것이다.

이 때 정부가 수입품인 Y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자.그렇게 되면 관세가 그대로 Y의 가격에 전가됨으로써 Y의 국내 판매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Y의 가격이 올라가면 Y의 국내 생산 및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이 재화에 대한 국내에서의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해서 관세를 부과하면 Y의 수입이 줄어들고 국내 생산은 늘어나게 됨으로써 수입품과 경쟁하는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Y재를 수입하는 나라가 이 상품이 거래되는 국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요자일 경우는 어떻게 될까.

관세 부과로 Y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국제 시장에서의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이 나라는 보다 싼 값에 Y를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이 나라가 수출하는 X의 가격이 변하지 않았다면,Y재의 수입 가격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X를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교역 조건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교역 조건은 개선된다.

그렇다면 Y의 국내 가격은 어떻게 될까.

관세 부과의 직접적인 효과는 Y의 국내가격 상승이었고 이로 인한 Y의 수요 감소가 국제 시세를 떨어뜨렸다면,Y의 국내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국제 시세의 하락폭이 부과된 관세보다 적으면 국내 가격은 오를 것이고,반대의 경우는 가격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결국 Y의 국내 가격은 국제 시장에서 Y의 수요 감소에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Y를 수출하는 나라를 생각해 보자.Y의 국제 시세는 Y를 공급하는 나라에서 공급 탄력성이 어떻게 되는가에 크게 의존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크게 변해도 공급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시 말해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경우는 어떨까.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것은 공급 곡선의 기울기가 가파르다는 말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공급을 조금만 줄이거나 늘릴 경우에도 공급 곡선을 따라 수반되는 가격 변화가 크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경우 Y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Y의 공급량은 조금 줄어들지만,Y의 국제 시세는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

(보통의 수요 곡선과 기울기가 가파른 공급 곡선을 그려놓고 수요 곡선을 아래쪽으로 이동시켜 보자.)

Y의 국제가격 하락폭이 매우 커 수입국에서 부과한 관세의 크기보다 커지면 Y를 수입한 나라에서 Y의 국내 가격은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메츨러의 역설(Metzler's paradox)'이다.

이렇게 되면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Y재의 수입은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산업 보호라는 관세 부과의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공급 탄력성이 아주 낮은 상품은 많지 않고 따라서 메츨러의 역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다만 국제 경제를 생각할 때,여러 나라의 경제적 이해가 얽혀 있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또한 공급 탄력성이 낮은 물건을 수출하는 나라에서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고객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도 말해주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