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논술특강] 9. 신문사설로 논술 준비하기

신문 지면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기사다.


기사는 사건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straight) 기사와 사건의 배경과 목적 등을 설명하는 해설 기사,그리고 르포나 재미 있는 읽을거리 등을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가는 피처(feature) 기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 중에서 기사화되는 것은 몇 개 없다.


다시 말해 기사가 선택되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것이다.


많은 사건 중에서 신문의 지상을 통해 기사화되기 위해 선별되는 과정을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고 한다.


어떤 기사가 신문에 실리려면 여러 문(gate)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각각의 문에는 문지기(keeper)가 있어 어떤 기사는 들여보내고 어떤 기사는 차단한다.


바로 이 과정이 게이트키핑이며 이것이 각 신문사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신문사의 관점을 명백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설이다.


각 신문사가 내세우는 사설 정도면 글의 완성도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선생님들이 논술을 공부할 때 신문 사설을 요약하고 사설의 논리를 지지 또는 반박하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나,여기에 하나 더 주문한다면 동일 내용에 대한 다른 신문사의 사설을 서로 비교해 가면서 읽고,독해하고,분석하고,종합할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듣는다는 것은 편협한 사고를 부추기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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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기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대한 사설을 비교 분석해 보자.


<사설 A>

정부가 집값 안정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제가 입안과 시행 과정에서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탓도 크다. 보유세제가 제대로만 됐어도 주택 가수요는 한층 줄었을 터이다.


- 00 신문, 2005. 6. 21


<사설 B>

집값 폭등으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다. 부동산 폭등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인데,유독 우리 정부만 세금과 규제의 몽둥이를 휘두르며 부동산을 때려잡겠다고 나서고 있다.


- 00 신문, 2005. 6. 16


사설 A는 집값 불안정의 원인을 정부의 부실한 정책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보유세 강화'가 이루어졌다면 주택 가수요가 줄어들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집값 폭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사설 B는 부동산 폭등은 전 세계적 현상인데, 우리나라만 정부가 세금과 규제로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사설 A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혹은 집값 폭등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 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짐작 가능하다. 이와 반대로 사설 B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규제와 세금을 풀고 시장 자유에 맡길 것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동일 주제-부동산 정책-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사설을 준비했으면,이제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각각의 주장의 근거들을 정리하고,근거의 타당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근거에는 개인의 의견이 있는가 하면 사실적인 근거도 있다.사실적인 근거는 그것의 정확성,사실성을 꼭 확인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부동산 폭등은 전세계적 현상'이라는 사설 B의 내용은 반드시 확인을 해 봐야 한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각각의 근거를 살펴보고,그 근거의 타당성까지 조사를 한다면 우리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바로 우리들의 입장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두 입장 중 어느 한 입장을 지지 혹은 반대할 수 있다. 아니면 판단을 유보할 수도 있다.


꼭 사설을 읽고 우리의 입장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두 사설 또는 몇 편의 글만으로 우리는 어떤 주제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도 없고,설사 모든 것을 안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의 입장을 정리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장은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의 가치관이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느냐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필자도 어떨 때는 헷갈리고,결정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만큼 우리 세상이 복잡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종합적인 안목,신중한 자세가 미덕일 수도 있다. 그것이 특히 논술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석록 원장 stonelee@megastudy.net


[ 약력 ]


△(전)서울 화곡고 국어교사


△(전)서울시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어영역 출제팀장


△(전)EBS 언어영역&논술 강사


△(현)대치 메가스터디 원장


<저서> '2008 대학입시 이렇게 준비하라' '언어영역 학습법' 7차교육과정 교과서 '국어생활' '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