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바줄,해발,내가,코등,해볕,내물,홰불,회수.'
북한의 인민학교(초등학교)와 고등중학교(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뽑은 단어들이다.
이것들을 우리식으로 적으면 각각 '깃발,밧줄,햇발,냇가,콧등,햇볕,냇물,횃불,횟수'가 된다.
우리가 '만둣국/만두국''최댓값/최대값' 따위의 말을 두고 규범 표기와 시각적 어색함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북한에서는 아예 사이시옷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1966년 남한의 <한글맞춤법>격인 <조선말규범집>을 제정하면서부터다.
그렇다고 북한처럼 사이시옷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이시옷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오히려 위의 말들이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게 그 증거다.
지난 호에서 이미 말했듯이 사이시옷은 우리 말의 대원칙인 '소리 적기'와 '형태 밝혀 적기'를 보완해 주는 요소다.
'산뜻하다(산듯),일쑤(일수),등쌀(등살),팔짱(팔장),혼쭐(혼줄)' 따위가 소리 적기의 예다.
이들은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 까닭 없이 된소리로 나는 것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이에 비해 '눈곱(눈꼽),눈살(눈쌀),울상(울쌍),울적(울쩍)' 등은 어원이 있는 말이므로 된소리로 발음되지만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도 없고,그렇다고 형태를 살려 적자니 실제 발음과 너무 차이가 날 때 개입한다.
그 핵심은 뒷말이 된소리로 나거나 무언가 덧나는 소리가 있느냐의 여부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비슷한 음운 환경 아래인데도 어떤 말에서는 뒷말이 된소리로 나고,다른 말에서는 예삿소리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개+살'에서는 누구나 〔조개쌀〕로 발음한다.
하지만 '조개+젓'에서는 〔조개쩟〕이라 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조개젓〕으로 읽는다.
이것이 표기에서 '조갯살'과 '조개젓'으로 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 단어에서는 이런 변별성이 충분치 않다는 데에 사이시옷의 어려움이 있다.
가령 '장맛비/장마비''날갯짓/날개짓''씻나락/씨나락'같은 말은 뒷말이 분명히 된소리로 난다거나 덧붙는 말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이시옷 용법이 까다로워진 데에는 사전의 탓도 있다.
'쌈짓돈'이나 '여윳돈'은 전부터 있던 말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은 비교적 최근에 쓰이기 시작한 '종자돈(seed money)'을 표제어로 올리면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신문에 자주 오르는 '회삿돈/회사돈'은 어찌 처리해야 할지 오리무중에 빠진다.
사이시옷의 정신에 따른다면 '회삿돈'이 제일감이지만 '종자돈' 때문에 그마저도 온전치 못하게 됐다.
사이시옷 문제는 결국 우리 어문규범이 갖는 맹점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북한의 경우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풀어야 할 우리들의 숙제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 부장 hymt4@hankyung.com
북한의 인민학교(초등학교)와 고등중학교(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뽑은 단어들이다.
이것들을 우리식으로 적으면 각각 '깃발,밧줄,햇발,냇가,콧등,햇볕,냇물,횃불,횟수'가 된다.
우리가 '만둣국/만두국''최댓값/최대값' 따위의 말을 두고 규범 표기와 시각적 어색함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북한에서는 아예 사이시옷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1966년 남한의 <한글맞춤법>격인 <조선말규범집>을 제정하면서부터다.
그렇다고 북한처럼 사이시옷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이시옷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오히려 위의 말들이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게 그 증거다.
지난 호에서 이미 말했듯이 사이시옷은 우리 말의 대원칙인 '소리 적기'와 '형태 밝혀 적기'를 보완해 주는 요소다.
'산뜻하다(산듯),일쑤(일수),등쌀(등살),팔짱(팔장),혼쭐(혼줄)' 따위가 소리 적기의 예다.
이들은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 까닭 없이 된소리로 나는 것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이에 비해 '눈곱(눈꼽),눈살(눈쌀),울상(울쌍),울적(울쩍)' 등은 어원이 있는 말이므로 된소리로 발음되지만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도 없고,그렇다고 형태를 살려 적자니 실제 발음과 너무 차이가 날 때 개입한다.
그 핵심은 뒷말이 된소리로 나거나 무언가 덧나는 소리가 있느냐의 여부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비슷한 음운 환경 아래인데도 어떤 말에서는 뒷말이 된소리로 나고,다른 말에서는 예삿소리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개+살'에서는 누구나 〔조개쌀〕로 발음한다.
하지만 '조개+젓'에서는 〔조개쩟〕이라 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조개젓〕으로 읽는다.
이것이 표기에서 '조갯살'과 '조개젓'으로 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 단어에서는 이런 변별성이 충분치 않다는 데에 사이시옷의 어려움이 있다.
가령 '장맛비/장마비''날갯짓/날개짓''씻나락/씨나락'같은 말은 뒷말이 분명히 된소리로 난다거나 덧붙는 말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이시옷 용법이 까다로워진 데에는 사전의 탓도 있다.
'쌈짓돈'이나 '여윳돈'은 전부터 있던 말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은 비교적 최근에 쓰이기 시작한 '종자돈(seed money)'을 표제어로 올리면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신문에 자주 오르는 '회삿돈/회사돈'은 어찌 처리해야 할지 오리무중에 빠진다.
사이시옷의 정신에 따른다면 '회삿돈'이 제일감이지만 '종자돈' 때문에 그마저도 온전치 못하게 됐다.
사이시옷 문제는 결국 우리 어문규범이 갖는 맹점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북한의 경우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풀어야 할 우리들의 숙제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