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2001년 여름. 국어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국어심의회가 열렸다. '○○여곳길/○○여고길''경찰섯길/경찰서길'의 표기원칙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부는 '새 주소 부여사업'을 벌였는데,이 과정에서 새로 이름 붙이는 도로가 사이시옷 문제로 혼란을 겪었다. 이날 회의에서 새로 명명하는 도로명 '○○길'에는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창덕여고길'이 규범이 됐다.

#장면2: "하굣길이 맞나요, 하교길이 맞나요? 하굣길은 아무래도 이상한데…." 2003년 6월 어느 날. 한 신문사에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 신문의 당일 사회면에는 '하굣길 초등생 유괴 잇따라'라는 제목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신문을 받아본 독자들이 '하굣길'을 오자로 생각하고 신문사에 항의성 전화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표기가 낯설어도 현행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하굣길'이 바른말이다.

사이시옷은 우리말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다. 사이시옷을 쓰는 수많은 단어들을 일일이 예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또 일관적이지도 않다.

두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 모순적인 용례들이 규범으로 공존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그래서 사이시옷은 우리말의 수수께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관문을 여는 제1의 열쇠는 '소리대로 적기'이고 제2의 열쇠는 '형태밝혀 적기'이다. 사이시옷은 일종의 제3의 법칙이다. 제1원칙과 제2원칙을 연결하는 중간지대에 놓인 절충용법이라 할 수 있다. 가령 '하교'와 '길'이 결합할 때 누구나 [하교낄]로 발음한다.

이때 이를 소리대로 적자니 원형을 너무 심하게 훼손하고,그렇다고 원형을 살려 '하교길'로 적자니 실제 발음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고민 사이에 나온 방식이라 이해하면 된다. 결국 사이시옷을 덧붙임으로써 '하교'의 말음을 폐쇄시켜 뒤에 오는 '길'을 자연스럽게 [낄]로 발음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아직 이 사이시옷을 낯설어하는 것 같다. 실제로 사전에 오른 말들 중에 '북엇국,동탯국,대푯값,절댓값,최솟값,우윳빛,나랏빚' 따위는 개인에 따라 시각적으로 좀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지난 2월19일자 한 신문에 쓰인 <부동산 거래 당사자도 '실거랫값'신고 의무화>처럼 말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나타나는데 모든 합성어를 다 사전에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사이시옷은 형태상의 어색함이 좀 있다 하더라도 그 원칙을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맞춤법에서 사이시옷을 인정하고 고수하는 한 그렇다는 말이다. 앞의 '창덕여고길'이 규범으로 됐을 때 한글학회 등 여러 어문단체로부터 비판이 나온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