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8.도박사의 오류‥ 홀수 계속 나왔다면 다음엔 짝수?

얼마 전 TV 한 토크쇼에서 부산의 딸 부잣집으로 불리는 가정의 부부와 일곱 명의 딸이 등장해 재미있는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프로그램 중간에 사회자가 "어쩌다 딸만 일곱을 낳게 되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딸을 셋 낳으니까 사람들이 '딸 셋을 잇달아 낳으면 다음 아이는 틀림없이 아들'이라고 하기에 낳았더니 또 딸이데요.


그런데 딸 여섯을 낳으니까 다음엔 정말로 틀림없이 아들이라고 하기에 또 낳았더니 딸이었어요."


이 대답에 방청객들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간단히 웃어넘길 수 없는 확률적 오류가 숨어 있다.


어느 경우에나 아들을 낳을 확률은 1/2이다.


새로 태어날 아기는 그 전에 딸만 줄줄이 태어났다는 것을 당연히 기억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잇따라 딸을 다섯 낳았거나 아들을 다섯 낳았더라도 다음에 다시 아들을 낳을 확률은 여전히 1/2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딸을 셋 잇따라 낳으면 다음에 아들을 낳을 확률이 1/2보다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잘못된 판단을 '도박사의 오류'라고 한다.


도박사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라서 이런 이름이 붙게 됐다.


카지노에는 룰렛(roulette)이라는 게임이 있다.


1에서 38까지의 숫자가 적힌 원판을 돌리면서 그 위에 구슬을 떨어뜨린 뒤,구슬이 어떤 숫자에서 멈추는가 하는 게임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숫자에 돈을 건다.


숫자를 맞히면 정해진 배당을 받는다.


홀수 또는 짝수에 돈을 건다고 할 때 만약 여섯번 동안 내내 홀수만 계속해서 나왔을 때 다음에 짝수가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이처럼 앞서 홀수가 여러 번 나왔을 때 다음 번에 짝수가 나올 확률은 1/2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도박사의 오류'다.


룰렛의 구슬은 이전에 어떤 숫자가 나왔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 도박사들은 앞서 홀수만 여러 차례 나왔다는 사실을 룰렛의 구슬이 기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잘못을 범한다.


도박사들의 이런 기대와는 관계 없이 어떤 경우에도 다음에 짝수가 나올 확률은 1/2이다.


사람들은 이런 판단이 옳은 것이라고 해도 여전히 자기의 생각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주사위 게임에서 2가 계속해서 다섯 번 나왔다면 여섯 번째 시도에서 2가 나올 확률은 1/6보다 작을 것이라는 주장을 끝내 고집했다.


그러나 2가 연속 다섯 번이나 나왔어도 다음에 2가 나올 확률은 여전히 1/6이다.


이 소설가가 라스베이거스에 살았다면 돈을 다 잃고 거지가 되는 일은 시간 문제였을 것이다.


일본 왕실에는 30여 년째 아들이 태어나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한다.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아들 딸과 사촌의 아들 딸을 포함하여 최근 30년간 여덟 번의 출산이 있었으나 모두 딸이었다.


일본의 왕위 계승자는 반드시 남자여야 하고 또 여자들은 결혼하면 왕족의 신분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 추세로 나가면 왕실에 인적 자원이 줄어 왕실 관계자들은 큰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일본의 일부 언론과 국민들은 다음에는 틀림없이 아들일 것이라며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에 태어날 아이는 앞서 여덟 명이나 딸만 태어났다는 것을 알 턱이 없으며 따라서 다음에 아들이 태어날 확률은 여전히 1/2이다.


사람들은 독립적인 사건을 종속적인 것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내가 빨간 넥타이를 할 확률과 당신이 아침 식탁에서 굴비를 먹을 확률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것이다.


반대로 사건 A가 사건 B에 영향을 미칠 때는 사건 B는 사건 A에 종속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내일 우산을 들고 나갈 확률은 내일 비가 올 확률에 종속적이다.


비 올 확률의 크기에 따라 우산을 들고 갈 확률은 영향을 받는다.


아들을 낳을 확률은 그 전에 딸을 낳았다는 사실과는 전혀 관계 없이 독립적이다.


앞에서 홀수가 연달아 나왔다는 사실은 다음에 홀수가 나올 확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런 독립적인 사건들을 어떤 관계가 있는 종속적인 사건으로 볼 때 '도박사의 오류'와 같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