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가게에서 260cm짜리 운동화를 사거나 옷 가게에서 24인치 사이즈의 바지를 고르는 것 등은 우리가 늘 하는 일이다.

시험에서도 10kg의 물체를 10m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몇 초 후에 땅에 떨어지는가를 묻는 문제가 종종 나온다.

이러한 길이 질량 시간을 우리가 정확히 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기준이 되는 '표준'이 있기 때문이다.

1m가 얼마만큼의 길이인지를 정의해 놓은 표준이 없다면 1km나 1cm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도 따지고 보면 이런 표준이 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과학의 발전 역시 표준의 확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너무나 중요한 표준에 대해 알아보자.

표준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어떤 양을 재는 기준으로 쓰기 위한 물적 척도,측정 기기나 기준 물질'로 나온다.

우리가 길이를 재거나 무게를 달기 위해서는 최초에 1m가 얼마의 길이인지,1kg이 얼마만큼의 무게인지를 알려주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표준이 바로 그 역할을 맡고 있다.

표준은 주로 단위에 의해 표시되는데 우리도 이미 아는 미터(m)나 킬로그램(kg),초 같은 것을 말한다.

이런 단위의 기준이 되는 실제 물건을 '원기'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관리하고 있다.

◆표준은 국제 약속

우리가 외국에서 수입된 시계 같은 제품을 쓸 수 있는 것은 시간의 표준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같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잰 1초와 홍콩에서 측정한 1초가 아주 조금이라도 차이가 난다면 우리나라와 홍콩에서 만든 시계의 속도도 각기 틀릴 수밖에 없다.

단위와 표준은 그래서 한 나라의 제도나 국가 사이의 약속에 의해 채택된다.

한 나라에서 공인된 표준을 그 나라의 '국가표준'이라 한다.

물질의 무게를 뜻하는 질량을 예로 들어 보자.우리나라는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의 표준장치로 국제도량형국에서 제작한 '72번 킬로그램 원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1mg부터 20kg까지 표준장치를 제작,질량의 국가표준으로 삼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마련된 국가표준이 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 차원의 표준이 필요하다.

이를 목적으로 국제적 합의에 의해 공인된 표준이 '국제표준'이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는 국가표준을 이 국제표준에 일치하도록 만들고 있다.

◆기본단위는 7개

국가 간의 교류나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대 사회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의 확립은 필수 사항이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단위계(SI)가 만들어졌다.

국제단위계는 프랑스혁명 시기인 1790년께 프랑스에서 발명된 '십진 미터법'에서 유래됐다.

십진 미터법을 바탕으로 1900년께 길이의 단위인 미터(m),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kg),시간의 단위인 초(s)에 바탕을 둔 'MKS'계가 채택됐다.

이후 전류의 단위인 암페어(A),절대온도의 단위인 캘빈(K),빛 세기의 단위인 칸델라(Cd)를 더해 1960년 국제단위계(SI)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다.

1971년에는 분자의 단위인 몰(mol)이 추가돼 미터,킬로그램,초,암페어,캘빈,몰,칸델라 등 총 7개 단위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국제단위계가 완성됐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국제단위계는 각 물리량에 대해 한 가지 단위만 사용한다.

예를 들어 길이에 대해서는 미터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고 간단하다.

이 덕분에 과학기술도 훨씬 빨리 발전할 수 있었다.

물론 자(尺) 또는 피트(feet) 같은 단위는 각국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국제단위에는 7개 기본단위 외에 여러가지 유도단위가 있는데,이는 관련된 양들을 물리학적인 원리에 따라 조합한 것이다.

속력은 단위 시간 동안에 간 거리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길이의 단위인 미터를 시간의 단위인 초로 나누어 m/s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실제로 잴 수 있는 질량이나 길이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기술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의 경우 길이는 1m의 100억분의 1인 0.1나노미터 정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