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주식시장'] 사랑만 움직이니? ‥ 주가도 움직여, 왜

매일 아침 현관 앞에 놓이는 한국경제신문을 펼쳐보면 증권시장의 움직임을 담은 뉴스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1면 제호 왼쪽에는 전날 종합주가지수가 올랐는지,또는 내렸는지를 알려주는 그래픽이 실려있다.


신문 한가운데를 펼치면 무려 3개면에 걸쳐 깨알 같은 글씨로 개별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표시한 '시세표'가 보인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이걸 도대체 누가 읽는다고 매일 신문에 실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투자 이득을 얻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개인들도 그날그날의 주식 시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은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움직이는 것일까.


다소 어려운 용어들이 나타나더라도 용기를 내서 증권시장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광고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주가도 움직이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회사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예로 들어보자.지난 7월5일 삼성전자 주가는 50만4000원에 거래를 시작해 50만~50만7000원 사이에서 오르내리다 50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간을 놓고보면 삼성전자 주가는 39만9000원에서 53만2000원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같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매했더라도 그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돈을 번 사람과 잃은 사람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역시 주식은 사고 파는 타이밍이 중요해!)



◆단기적으로는 수요·공급에 좌우


주가는 왜 움직이는 것일까.


주식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끊임없이 '흥정'을 벌이기 때문이다.


사려는 사람이 많고 팔려는 사람이 적으면 주가가 오르고,그 반대일 경우에는 주가가 내린다.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주가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주가는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이 순간순간 변하는 특성이 있다.


콜라 한 병 값이 지금 1000원이라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우리는 내일도 이 가격에 콜라 한 병을 살 수 있다.


반면 주가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는 불특정다수의 수요자(주식매수자)들과 불특정다수의 공급자(주식매도자)들이 한 자리(거래소)에서 거래하기 때문이다.


'불특정다수의 수요자'와 '불특정다수의 공급자'가 모여서 가격을 그때그때 결정하는 시장으로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농산물도매시장 수산물도매시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손가락으로 온갖 사인을 보내는 광경을 묘사한 사진을 여러분들은 봤을 것이다.


이 같은 시장에서는 가격이 순간순간 바뀌기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는 '피를 말리는' 눈치작전까지 동원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수익성이 중요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이 주가 흐름을 갈라놓는다.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들은 배당을 늘리고 회사 내부에 자본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간다.


반면 손해를 보거나 이익이 적은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고,부도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


각종 정보와 소문들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기업의 수익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령 삼성전자가 새 휴대폰을 내놨다는 소문은 기업의 이익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어넣고,주주 배당금을 늘릴 것이라는 얘기는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을 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국내외 경기가 나빠지거나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뉴스가 나오면 삼성전자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주식시장과 증권시장은 다르다


일상생활에서는 별다른 구분없이 사용되지만 증권시장과 주식시장은 개념이 다르다.


증권(證券)은 주식뿐만 아니라 국고채 회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CB) 등 각종 채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선물.옵션 등 주식파생상품도 증권시장에서 거래된다.


다만 채권은 시장을 통하지 않고서도 개별 거래되는 경우가 많고 선물.옵션은 따로 분류하기 때문에 편의상 증권시장을 주식시장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기업으로 하여금 자금을 값싸게 조달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이 채권(회사채)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반면 주식을 발행하면 투자자가 회사의 주인으로 자본금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원리금과 같은 확정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물론 주주배당과 기업가치 제고 등의 부담은 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주식시장의 역할이다.


주식투자자들은 사업 전망이 어두운 기업보다는 성장성이 크고 안정된 기업에 투자한다.


향후 전망이 밝은 기업은 보다 쉽게 자금을 확보해 사업을 키울 수 있으나 사업성이 없는 기업은 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증권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얘기다.


김수언·주용석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