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부터 도입하는 학생부 석차 9등급제는 학교 간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은 지금처럼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을 낮추고 다른 전형 요소를 비중 있게 반영할 가능성이 많다.

서울대는 학생부를 예체능 과목은 평어로 '우' 이상이면 만점이고,다른 과목은 과목별 석차백분율 10%까지 만점을 준다.

연세대는 평어로 '수'가 절반이고 '우'가 절반 정도면 만점이며,고려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은 '우' 이상만 받으면 만점을 준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이들 대학이 지금 정도로 학생부를 반영한다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끼리는 학생부에서 성적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새로 도입하는 학생부가 석차에 의한 9등급(상대평가)이고 수능도 9등급으로만 나타내기 때문에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현재 수시에서는 학생부 외에도 심층면접과 논술고사 및 적성검사를 시행한다.

학생부 9등급제는 석차백분율보다 변별력이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시에서는 심층면접이나 논술 및 적성검사의 영향력이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정시는 학생부와 수능을 같이 활용하고 상위권 대학들은 논술고사를 시행하고 있어 수능이 9등급제가 되면 변별력이 떨어지고 그 비중이 낮아져 대학별 고사로서 논술이나 심층면접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다.

새로 도입하는 학생부에서는 9등급 외에도 원점수와 평균 및 표준편차가 있다.

대학에서 이 자료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것 역시 학교 간 학력차는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9등급제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

결국 새 입시제도 아래에서의 학생부 비중은 대학이 실질 반영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수능 변별력 떨어질듯

수능시험도 2008년부터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제공하지 않고 9등급만으로 표기한다.

수능 예상 응시 인원을 60만명으로 가정하면 영역별 1등급 학생은 약 2만4000명,2등급은 4만2000명 정도다.

결국 수능 성적은 동점자가 많아지면서 변별력이 떨어지고 그 비중도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대는 수능 성적을 점수로 반영하지 않고 지원 자격으로만 활용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수능 9등급제를 활용해 점수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의 각 영역별 등급에 따라 차등 점수를 부여하면 수능에서도 다소의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내신이 학교 간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 비중을 낮추고 수능은 전국 수험생들끼리의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전형 요소로 보고 등급을 활용해 점수화할 가능성이 많다.

이럴 경우 수능 성적도 변별력 있는 전형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언어 수리 영어 등 세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수능에 9등급제를 도입하면 수험생들끼리 1~2점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경쟁은 없어지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에서 상위 등급을 받아야 유리하기 때문에 수능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는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등급의 경계선 근처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수능 공부는 일부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지금처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학별 고사(논술과 면접)의 영향력 증대

지금은 대학별 고사로서 수시에서 많은 대학들이 면접 구술고사를 시행하고 있다.

수시는 학생부 성적을 1단계 전형 자료로 활용하고 2단계에서 면접 구술고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면접 구술고사가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부와 수능에 9등급제를 도입하면 두 전형 요소 모두 지금보다 변별력이 떨어진다.

논술도 수시와 정시에서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이 있는데 주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들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 두 가지 전형 요소는 반영 비율이 높아지고 정시모집에서도 반영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은 향후 논술고사나 면접 구술고사의 비중을 더 강화해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 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논술과 면접 구술고사의 출제 경향은 현재 수시에서 시행하는 논술과 면접의 출제 경향을 더 강화한 것으로 보면 된다.

고려대와 이화여대의 언어논술과 수리논술,중앙대의 학업적성논술 및 한양대와 경희대의 적성검사가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대학은 논술에서 교과목 성격을 띤 논술고사를 시행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들이 논술을 학업과 관련한 서술형 논술시험으로 강화하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폭 넓고 깊이 있는 교과 공부가 필요하다.

논술고사와 면접 구술고사를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시에서 논술고사는 제시문에 영어 지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수리논술도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 입시의 수시에서 수리논술을 시행하는 대학은 고려대와 이화여대 동국대 등이고 중앙대도 학업적성논술에서 일종의 수리논술을 시행한다.

면접 구술고사는 교과목 형태의 시험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참고가 될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에서 주관식 서술형 형태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달라지는 입시 제도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영덕 < 대성학원 평가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