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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725호 2021년 10월 11일

책 이야기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외롭고 괴로워도 담배를 멀리 해야 하는 이유는


골초인 담임선생님,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진 친구, 담배를 집안에 재어놓고 피우는 아빠를 둔 중학교 3학년 남자라면? 선생님과 아빠가 즐겨 하는 것이니 별로 거부감이 없을 테고, 초등학교 때 지질하던 친구가 위압감과 야릇한 포스를 폼 나게 풍기면 담배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감성돈은 친구 준영과 어울려 담배를 피운 지 1년 정도 됐다. 담배 가격이 만만찮아 아버지 담배를 슬쩍슬쩍 훔치는 데 익숙해졌다. 좋은 회사에 다니던 아빠는 주식투자에 실패해 집까지 날리고 택시 운전을 하면서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명문대에 다니면서 자신만 챙기는 이기적인 누나는 눈엣가시지만 식당에 나가 고생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담배가 자꾸 사라지는 걸 눈치챈 아빠의 추궁에 담배 구하는 일도 여의치 않다. 부모님이 크게 싸우던 날, 집을 나온 성돈은 놀이터에서 쓰러져 있는 남자의 옷을 뒤져 담배를 훔친다. 그 남자는 다음날 죽은 채 발견됐고, CCTV를 확인한 경찰은 학교에 연락한다. 성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우선 중학교 3학년과 담배에 대해 생각해보자. 길에서 중3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충고했다가는 “초등학생도 피우는데 뭐가 어때서”라는 힐난이 날아오기 십상인 세상이다. 경비에게 잔소리를 들을 때 성돈이 구시렁댄 말이 흡연 중학생들의 심정일 거다.

‘담배를 피우면 성장에 방해가 되며 폐가 까맣게 변하고 뇌가 썩어 들어간다는 무시무시한 말로 청소년들의 흡연을 막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담배가 청소년 건강만 해치는 것도 아니고 또 우리나라 법에 청소년은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못을 박아놓은 부분도 없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도 아니고 강도도 아닌 그저 먹고 싶어서 담배를 먹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왜들 담배를 피우면 불량 청소년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지 못해 안달일까.’

실제로 소설 속의 준영도 성돈도 불량 청소년은 아니다. 준영은 바쁜 부모의 관심을 못 받아 외롭고, 성돈은 어려운 집안 형편에다 자주 싸우는 부모 때문에 괴로울 뿐.
작가의 아픔이 작품이 되다
그럼에도 어른들이 한사코 청소년들에게 금연을 강조하는 것은 성장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먼저 겪은 어른들이 담배는 ‘중독’되면 벗어나기 힘드니 제발 가까이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박현숙 작가는 남편이 급성 폐렴으로 생사를 오간 데다 남편의 동생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픔을 겪었다. 게다가 첫사랑이 다섯 살 아들을 두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담배를 많이 피웠다는 것이다.

《금연학교》는 담배와 중독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발랄하게 풀어낸 흥미진진한 소설로 목적성이 뚜렷하다. 일부러 강요하지 않는데도 책을 읽는 동안 ‘담배 피우지 말고 건강하게 살라’는 작가의 당부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중년으로 접어들면 대부분의 어른은 금연을 결심한다. 각종 병의 원인인 데다 흡연이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담배 하나 못 끊는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이고, 지인들은 “아직도 담배 피워?”라는 눈총을 수시로 쏘아대니 끊을 수밖에.
나를 지배하는 것은 나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자마자 ‘창작하려면 흡연은 필수야’라며 입학동기 대부분이 담배를 피웠지만 요즘 만나면 아무도 담배를 꺼내지 않는다. 일을 잘하려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흡연 5년차인 준영은 급성 폐렴으로 생사를 오가고, 금연공간으로 지정된 학교에서 성돈은 아침마다 금연피켓을 들고 서 있어야 하는 벌을 받는다. 담임선생님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교장선생님에게 들키고, 성돈은 학교 창고에서 담배를 피우다 들통난다. 둘은 강제로 금연학교에 가게 되고 금연 교육을 받는 동안 금단현상으로 고통받는다. 다행히 어려운 과정을 이수하면서 ‘나를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나여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금연학교에서 사진작가의 꿈을 떠올린 성돈,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담임선생님, 생사의 기로에서 겨우 깨어난 준영을 만나보면 왜 금연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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