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723호 2021년 9월 27일

슬기로운 국어학습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성리학의 인간관을 담은 시가 … <보기>의 설명 이해가 우선!

연하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허물이나 업고쟈 … 고인을 못 봐도 가던 길 앞에 잇네/가던 길 앞에 잇거든 아니 가고 엇절고
고전 시가 중에 당대의 철학적 이념을 반영한 것도 있다. 그런 시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에 출제될 것에 대비해 그 철학적 배경을 알아두어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수능 국어는 말 그대로 학생의 국어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지, 철학 지식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철학적 배경을 알아야만 해석되는 작품이라면 그것을 <보기>로 제시해 설명해 준다. 학생들은 <보기>를 이해만 하면 된다.

이 작품이 출제될 때 단골로 제시되는 설명이 ‘성리학적 수양 과정의 형상화’이다. 그러면서 ‘자연 속에 살며 인간의 선한 본성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뜻이, … 선한 본성 회복을 위해 학문에 힘쓰겠다는 의지가 나타나’, ‘옛 성인의 행적을 본받아 순수한 본성을 최대한 발현하기를 바라는 마음’ 등이 구체적 설명으로 제시되곤 한다. 이런 설명을 사전에 외워두는 것이 아니라 <보기>로 접했을 때 이해하는 것이 국어 능력이다.

‘연하(煙霞: 안개와 노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고요한 산수의 경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는다는 것은 자연 속에 사는 삶을 말한다. 그 속에서 ‘허물이나 업고쟈’라고 한 것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회복하려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고인… 가던 길 …/… 아니 가고 엇절고’는 ‘옛 성인의 행적을 본받아 순수한 본성을 최대한 발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구절이다. 이 작품에서 고인(古人)은 고인(故人·죽은 사람 또는 오래전부터 사귀어 온 친구)과 동음이의어임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그것을 단지 ‘옛날 사람’이라고 직역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주자·정자·안향을 비롯하여 유학의 도를 지켜온, 높은 뜻을 지닌 성현(聖賢)·성인(聖人)’이라는 뜻으로 고전 시가에 많이 등 장함을 알아야 한다.
인성(人性)이 어지다 니 진실(眞實)로 올흔 말이 … 사시가흥(四時佳興)이 사 과 가지라 … 우부(愚夫)도 알며거니 긔 아니 쉬운가/성인(聖人)도 변다 시니 긔 아니 어려운가
이 작품이 출제될 때 ‘자연에 깃든 이치와 동일한 인간의 본성’, ‘성리학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그것은 모든 인간에게는 본래 타고난 순수한 본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등도 자주 언급되는 설명이다. 따라서 ‘인간 본성’, ‘성인’, ‘순수한 본성’ 등의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성(性)’은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들어있는 성질을 말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동양에서는 성선(性善)과 성악(性惡)으로 나눠 인식했다. 즉 선천적으로 인간 본성이 선하다는 인식과 악하다는 인식으로 나뉘었던 것이다. 성선(性善)을 ‘순수한 본성’이라고도 한다.

이 작품에서 ‘인성(人性)이 어지다 니’라고 한 것은 선한 인간 본성을 반영한 말이다. 자연의 변화를 단적으로 말할 때 자주 사용되는 ‘사시(四時)’, 즉 사계절의 멋진 흥[佳興]이 ‘사 과 가지라’고 한 것은 자연에 깃든 이치와 인간의 본성이 동일함을 말하는 것이다. 순수한 본성이 완성된 인간을 유학에서는 성인(聖人)이라고 한다. 그 외의 인간은 모두 우부(愚夫: 어리석은 사람)이다. ‘우부(愚夫)도 알며’ 하면 ‘(성인이 되기가) 긔 아니 쉬운가’라고 말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본 성리학적 인간관을 반영한 말이다. 즉 모든 인간에게는 본래 타고난 순수한 본성, 즉 성선(性善)이 내재되어 있다는 인간관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성인(聖人)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성인(聖人)도 변다 시니 긔 아니 어려운가’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성리학의 인간관이다. 그래서 성리학에서는 수양(修養: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품성이나 지식, 도덕 따위를 높은 경지로 끌어올림)을 강조한 것이다.
멀리 음 두는고 … 고인… 가던 길 …/… 아니 가고 엇절고 … 당시에 가던 길흘 … 버려 두고/어듸 가 다니다가 이제야 도라온고/… 다른 데 음 마로리
조선시대 선비들의 정치윤리를 출처(出處)로 설명한다. 출(出)은 조정에 나와 벼슬하는 것으로, 흔히 출세(出世)라고 한다. 처(處)는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벼슬할 수 있음에도 나아가지 않는 것으로, 처사(處士)는 그런 선비를 가리킨다. 조선 양반들의 시가에는 출처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그것은 주로 이질적인 공간 설정을 통해 표현된다.

‘산전(山前)에 유대(有臺)고 대하(臺下)에 유수(有水)ㅣ로다(산 앞에 대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로다)/떼 많은 갈매기는 오명가명’하는 곳에 살고 있는 것은 처에 해당한다. 그러면서 ‘멀리 음 두는’ 사람 또는 자신을 발견하며 책망 또는 자책한다. 먼 곳은 세상, 즉 조정을 말하는 것이니 출하려는 마음이다. ‘고인… 가던 길’을 간다는 것은 학문을 하는 것이니 처에 해당한다. ‘가던 길흘 … 버려 두고/어듸 가 다니다가’에서 ‘가던 길’과 ‘어듸’는 대립적인 공간이다. ‘가던 길’은 자신이 갔어야 하는 곳이고, ‘어듸’는 가지 말았어야 하는 곳이다. ‘이제야 도라온고’라고 하면서 ‘가던 길’로 돌아온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데 음 마로리’라고 한다. 여기서 ‘다른 데’는 ‘어듸’와 같은 곳으로, ‘가던 길’과 대립된 공간이다. 여기서 ‘가던 길’은 ‘고인… 가던 길’과 함께 처해야 할 공간에 해당하고, ‘어듸’와 ‘다른 데’는 마음을 두었던 ‘멀리’와 함께 출했던 공간에 해당한다.
☞ 포인트
① 수능 국어는 철학 지식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그것을 사전에 외우려 하지 말고, <보기>로 설명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아 두자.

② 성리학적 인간관과 수양 과정을 노래한 시가가 있었음을 알아 두자.

③ 인간 본성을 순수하고 선하다고 생각하는 인간관을 이해하자.

④ 성인(聖人), 고인(古人)에 대한 조상들의 생각을 이해하자.

⑤ 선비들의 출(出)과 처(處)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이 대립적 공간으로 표현됨을 알아 두자.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