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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72호 2020년 7월 13일

다시 읽는 명저

[다시 읽는 명저] "인간은 국가라는 정치공동체를 이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손님 각자가 가지고 온 음식이 한 사람이 만든 요리보다 더 다양한 맛을 내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내리는 판단이 훨씬 더 뛰어나다. 국가가 필요한 이유도 이와 같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국가 구성원들이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더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

그리스 정치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는 행복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하는 목적 가운데 최고의 선(善)이라고 여겼다. 그는 “행복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조건 안에서 가장 적절하게 스스로를 실현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개인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정치체제가 무엇인지 탐구한 책이 《정치학(politica)》이다. 그는 41세 때 마케도니아 왕의 부탁을 받고 왕자(훗날 알렉산더 대왕)의 가정교사가 됐다. 이 책은 그가 알렉산더에게 가르치기 위해 정리한 교재다. 폴리티카는 ‘폴리스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폴리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를 지칭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를 비롯한 각 폴리스의 다양한 통치 형태를 관찰한 뒤 어떤 것이 바람직한 정치 시스템인지 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라는 정치공동체를 이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생존 때문이다. “인간이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국가가 필요하다. 국가라고 불릴 정도의 공동체가 돼야 자급자족이 가능해지고, 스스로의 힘으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공유지의 비극 정확하게 인식
두 번째는 국가에 소속돼야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며, 선한 일을 실천할 수 있는 이성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게 실천적 지혜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언어와 의사소통, 윤리적 실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인 동물이다.”

국가의 역할 및 기능과 관련,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에게 반기를 들었다. 플라톤은 국가를 가능하면 하나로 만들려는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상적인 이데아를 실현하기 위해 적어도 통치계급은 재산은 물론 처자까지 공유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국가에 대해 지나치게 통일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국가는 다양한 사람과 조직의 결합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하나로 만들기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양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분열로 갈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장점과 능력을 잘 발휘하도록 하고 조화를 추구한다면 국가와 사회는 다채롭고 풍요롭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가정은 국가를 안정적이고 조화롭게 만드는 기본 요소다. 처자를 공유한다면 부자, 부부, 형제간 진정한 우애와 유대감 형성이 불가능해지고 사회는 불안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최대 다수가 공유하는 것에는 최소한의 배려만이 주어지고 소홀히 관리될 것”이라며 “인간은 본성상 공유재산보다 사유재산에 더 애착을 갖게 되고, 공익보다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훗날 경제학 이론으로 정립된 ‘공유지의 비극’을 정확히 인식한 것이다.
“중간계층 많아야 안정 이룰 수 있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체제를 군주정, 귀족정, 혼합정(군주정+귀족정)과 이 세 가지 체제가 변형된 참주정(1인 독재자가 통치), 과두정(부자나 귀족 몇 명이 통치), 민주정 등으로 분류했다. 그는 과두정과 민주정을 혼합한 체제를 이상적으로 꼽았다. 국가가 순수한 단일정치체제만을 지향하면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타락하고, 균형을 잃어 망하게 된다고 봤다. 그는 “산술적인 평등을 강조하는 민주정과 자격 및 능력에 따른 비례평등을 강조하는 과두정은 계층 간 갈등을 낳으면서 사회를 불안과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참주정이 최악이고, 다음으로 과두정이 나쁘며 민주정이 견딜 만하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정의 위험성은 경계했다. ‘법의 지배’가 뿌리 내리지 못하면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민주정에서는 선동가들이 나타나기 쉽다. 이들은 민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민중이 법 위에 군림하게끔 사태를 몰아간다. 민중이 독재자가 된다. 이런 민중의 결의에 좌지우지되는 체제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용’을 중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개인의 삶에도 중용이 중요하듯, 국가도 중간계층이 많아야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중간계층이 다른 계층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국가는 훌륭한 정치체제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이 학문의 한 분야로 독립된 이름을 얻고 체계를 갖추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체제 구분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부분이 24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까지 유효한 정치 분석 틀로 쓰이고 있다. 그가 정치학의 시조로 불리는 이유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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