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방

김정호 박사의 시사 경제 돋보기
코로나19로 멈춰선 위기의 항공산업…일괄지원이 맞을까 선별지원이 맞을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항공산업의 위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타격이 심한 것이 석유와 더불어 항공산업입니다. ‘이렇게 가다 가는 항공사 절반이 망한다’ 국제항공운송연합이 지난 3월 이렇게 경고성 예측을 내놨습니다. 비행기들이 다 멈춰 섰으니 오죽하겠습니까?

4월 세계 항공편수 80% 줄어

먼저 비행편수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살펴보죠. 세계 상업항공편수인데요. flightradar24라는 사이트가 보여주는 항공편수의 상황<그래픽>을 보면 2019년 3월 한 주 동안의 항공트래픽 상황이 2020년 3월 한 주의 상황 그림보다 훨씬 짙죠. 2016년부터 상업 항공편수의 변화를 보여주는 통계를 보면 해가 지날수록 높아지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당연히 그랬겠죠.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얼마나 많이 가게 됐습니까. 그런데 4월을 비교해 보면 2019년 12만에서 2020년 2만6000으로 떨어집니다. 80%가 사라진 거죠. 그야말로 곤두박질치게 된 겁니다.

당연히 수입도 사라지요. 항공운수협회의 추정에 따르면 2020년은 3140억달러, 원화로 380조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9년에 비해서 55% 줄어든 숫자입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월 한국의 국제항공여객 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서 91.5% 줄었습니다. 기획재정부도 자료를 발표했는데요. 4월 둘째 주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125개 노선 중 93개 노선이 멈췄고 29개 노선은 운항 횟수를 줄였습니다. 국제선 운항률은 14.8%에 머물렀다, 인천국제공항의 지상조업사와 면세점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각각 80%쯤 감소했다고 합니다.

수입은 거의 사라졌는데 돈 들어가는 일은 여전히 많습니다. 항공은 고정비용이 큰 산업입니다. 비행기를 세워 둬도 나갈 돈은 계속 나가죠. 비행기 리스비용도 엄청나고 파일럿 승무원들의 급여도 높죠. 파킹료, 정비료, 심지어 새가 비행기 엔진에 집 짓지 못하게 지키기도 해야 한답니다.
코로나19로 멈춰선 위기의 항공산업…일괄지원이 맞을까 선별지원이 맞을까
정부 지원 없으면 대부분 항공사 파산 우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들이 다 빈사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대로 두면 거의 모든 항공사가 몇 달 못 버티고 파산할 거예요. 블룸버그통신이 흥미로운 데이터를 발표했더군요. 아시아지역의 항공사를 대상으로 수입이 하나도 없다고 가정하고 2019년 말 공시된 현금보유액으로 몇 달을 버틸 수 있는지 계산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의 남방항공, 동방항공 등과 더불어 1개월입니다. 3월에 발표된 자료이니 이미 현금이 바닥났다고 봐야겠죠. 대한항공은 그보다 조금 사정이 나아서 3개월입니다. 6월이면 현금이 바닥난다는 말이죠. 항공사들이 모두 실질적으로 파산상태라고 봐도 됩니다. 그래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절반이 파산한다고 한 겁니다. 호주의 항공컨설팅기업인 CAPA center for aviation은 한술 더 떠서 5월 말이면 대형 항공사들을 제외한 대부분 항공사가 파산상태에 돌입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항공사들은 살려 달라며 정부에 매달리죠. 한국항공협회는 국내 항공사들의 파산을 막아 달라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요. 국제항공운송협회 회장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어요. 정부는 산업은행 등을 통해서 1조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항공산업은 빚이 많습니다. 2019년 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814%입니다. 엄청나죠. 대한항공 총부채는 22조원인데 만기가 1년을 넘는 비유동부채 규모가 15조원가량 된답니다. 평균 만기가 약 3년이라고 본다면 매달 4000억원가량의 자금을 갚아야 한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무려 1795%입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른 항공사들도 빚이 많습니다. 항공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항공사 전체의 고정비가 매월 9000억원인 데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5조3000여억원 규모라고 합니다.

회생할 항공사에만 자금 지원해야

그러면 항공사들을 다 살릴 것인가? 그럴 수도 없습니다. 정부 돈으로 살린다면 그러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불쌍하니까? 파급효과 때문에? 그런 것이면 곤란하죠. 어차피 망할 기업이라면 제시간에 망하게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억지로 살려 두면 좀비 기업이 되어서 국민과 다른 기업들에 피해를 줍니다.

그러면 어떤 기업을 살려야 할까요? 코로나 사태가 지나고 경제가 정상화되었을 때 필요한 기업이어야 합니다. 그때 가서도 승객이 없어 장사가 안될 기업은 손해가 더 커지기 전에 빨리 문 닫는 게 좋죠.

그런데 이 사태가 지나더라도 항공 수요는 상당히 줄어들 것 같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항공사의 비용은 늘어날 것이고 요금을 비싸게 받아야겠죠. 그러면 손님은 더욱 줄어들죠. 그래서 지금 살려 두어도 어차피 문 닫을 항공사가 많을 거예요. 그래서 살릴 곳과 망하게 할 곳을 골라야 하는데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이 문제에 임할지 모르겠습니다. 항공사 구제에 들어가는 돈은 국민의 돈입니다. 따라서 국민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합니다.

김정호 < 서강대 겸임교수 >

NIE 포인트

①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폐쇄했던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최근 관광객 방문을 다시 허용함에 따라 항공과 관광산업이 회생할 수 있을까.
②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을 구조조정할 때 자금을 지원해 살릴 기업과 파산할 기업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③정부가 지난해 3개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을 허가해 모두 9곳(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외)으로 증가하는데 한국의 국제 위상을 감안할 때 더 늘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