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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앞세운 민주당의 정권 탈환이냐.’

오는 11월 3일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바이든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공화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탓에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졌지만 대선에선 승리했다. 이번에도 ‘어게인(again) 2016년’을 노리고 있다. 미 대선 결과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관계를 비롯한 국제 질서에도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6개월 남은 미국 대선…'코로나 대응 실패' 트럼프 운명은
친(親)트럼프 ‘폭스’도 “바이든 우세”

여론조사 흐름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유리하다. 정치 전문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지난 4월 2~28일 시행된 10여 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국 지지율에서 48.3%로 우세했다. 42.0%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6.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갈리는 경우가 많아 미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6개 ‘스윙스테이트(경합 주)’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세를 예상하는 조사 결과가 많다.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가 지난달 중순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각각 8%포인트, 8%포인트, 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이 50 대 45로 트럼프 대통령을 제쳤다. 로이터통신의 위스콘신주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43%, 트럼프 대통령이 40%를 기록했다. CNBC의 6개 경합 주 통합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47.5%)과 바이든 전 부통령(46.8%)이 오차범위(±1.3%)에서 접전을 벌였다.

이들 6개 주에 걸린 대선 선거인단은 101명이다.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19%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이들 6개 주에서 모두 승리하며 전체 선거인단 수에서 힐러리를 74표 차로 앞섰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 주 대부분을 잃는다면 정권을 뺏길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에선 “상·하원 전패 가능성도”

공화당 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트럼프 재선캠프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합 주에서 바이든에게 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여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공화당에서 대선은 물론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국 내 사망자가 6만 명을 넘은 데다 경제 봉쇄로 실업자가 6주 만에 3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트럼프 진영에선 전패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살충제 인체 주입’ 같은 황당한 발언으로 신뢰도 하락을 자초했다.

대선 결과가 여론조사대로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경합 주 여론조사 격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샤이(shy) 트럼프’가 얼마나 될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윗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겨냥해 “2016년처럼 가짜 여론조사다. 더 나쁘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변수는 ‘코로나’와 ‘샌더스 지지층’

대선까지 6개월 동안의 핵심 변수는 코로나19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역과 경제 재개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재선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이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미한 존재감을 어떻게 키우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지난달 초 진보 성향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꺾고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 하지만 미국민의 관심이 온통 코로나19로 쏠리는 바람에 이렇다 할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못 누리고 있다. 대중 동원력이 부족하고 참신함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도층 이탈 없이 진보 성향인 샌더스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느냐도 변수 중 하나다. 힐러리는 2016년 대선 때 경선 상대였던 샌더스의 지지층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고 이는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샌더스 지지층을 잡기 위해 너무 ‘좌클릭’하면 중도층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올해 대선 과정에서 차기 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지명할지와, 1993년 상원의원 시절 사무보조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대선정국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전쟁이나 기근 등 위기 때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국기 결집 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 세계 국가별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을 잘한 집권세력은 사태 이후 치러지는 대선이나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클까.
③ 국가 안보, 경제, 사회 안전 등 주요 변수 가운데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을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일까.

알아봅시다
미국대통령 선거방식


미국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이 선거인단을 뽑고 이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오는 11월 8일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뽑는 투표를 한다. 주마다 2명씩 100명을 우선 배정한 뒤 인구 비례에 따라 435명, 수도 워싱턴DC에 3명 등 모두 538명이다.

선거인단 투표는 12월 19일 각 주도(州都)에서 선거인단이 투표하고 여기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최종 당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