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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58호 2019년 12월 23일

다시 읽는 명저

[다시 읽는 명저] "사회적 압제는 가혹…인간의 영혼까지 장악한다", "민주주의 가장 바람직"…다수결 포퓰리즘 경고도

“민주주의가 잠재적으로 가장 억압적인 정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통제 하는 정치적 압제는 가혹하다. 하지만 개인에게 특정 종교나 신념 등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제는 더 가혹하다.”

영국인들은 ‘자유’를 논할 때 흔히 ‘3존(three John)’을 언급한다. 언론 검열법을 비판한 《아레오파지티카》의 저자 존 밀턴(1608~1674), 《시민정부론》의 저자 존 로크(1632~1704),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를 철학적 개념으로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밀은 1859년 출간한 《자유론》에서 양심, 종교, 언론·출판·집회·결사, 학문, 예술의 자유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야 개인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억압기구’로 돌변한 국가

그는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敵)으로 군주와 독재자를 꼽았다. 개인들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 국가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국가 통치자에 의해 억압받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개인들이 독점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국가에 맞서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는 면책조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반항이나 반란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도록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헌법을 통해 지배자의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민이 직접 통치자를 뽑는 것이다.”

그러나 밀은 이런 방법들이 확실한 자유 수호책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가정인 ‘국민이 통치자를 직접 뽑으면 자유가 더 잘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도 유지되기 어렵다고 봤다. ‘권력을 행사하는 국민(집권층)’과 ‘권력의 통제를 받는 국민(일반 대중)’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통치자가 말하는 ‘국민 의사’라는 것도 실제로는 권력을 가진 자의 의사일 때가 많다.

“국민이 통치자를 뽑는 민주주의가 현재로선 가장 바람직한 정치 형태다. 하지만 다수결 원리로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잠재적으로 가장 억압적인 정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다수의 전횡’이나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밀은 사회적 압제의 심각성도 경고했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통제하는 정치적 압제는 가혹하다. 하지만 개인에게 특정 종교나 신념 등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제는 더 가혹하다. 사회적 압제는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한다. 마침내 인간의 영혼까지 장악한다.”

“이런 모든 압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자유를 지키려는 개인의 각성에서 나온다”는 게 밀의 신념이다. 그는 “각자는 자신의 신체와 정신의 주관자다. 자유를 지키려는 힘이 모아지면 부당한 정치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유는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자연권이다. 자유가 제한받아야 하는 경우는 오로지 타인의 자유를 방해할 때뿐이다.”

밀은 자유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생각과 토론의 자유라고 봤다. “다수가 억누른 소수 의견이 나중에 진리로 밝혀질 수도 있다. 억압된 의견이 옳았다면 우리는 잘못을 드러내고 진리를 찾을 기회를 잃게 된다. 권력이 막강하거나 특정 이념에 치우친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의·주장이 옳다는 오류에 쉽게 빠진다. 다수가 자신들과 다른 의견들을 침묵시키는 것은 전 인류의 권리를 강탈하는 것과 같다.”

밀은 ‘자유’의 핵심 원리 가운데 하나로 다양성을 꼽았다. “개성을 파괴하는 것은, 그것이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본질은 폭정이다. 개성을 발전시키려면 자유와 생활양식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가 적절히 결합할 때 역사 발전의 원동력인 독창성이 발현된다.”

밀은 교육의 다양성을 특히 강조했다. 교육은 사회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국가는 지배자가 정한 틀에 국민을 집어넣어 국민을 획일화하려고 한다. 교육이 그런 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자유 지키려는 각성이 압제 극복”

밀이 ‘다양성’의 관점에서 당시 중국을 분석한 것을 보면 흥미롭다. “중국은 한때 놀라운 재능과 지혜를 과시했다. 숱한 현자와 철학자들이 중국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이런 국가라면 계속해서 세계 역사를 이끌어가야 했다. 하지만 중국은 더 이상 의미 있는 역사적 진보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통치자들이 교육과 관습을 통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획일적으로 통제했기 때문이다.”

《자유론》은 세상에 나온 지 약 16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국가 권력은 평등, 복지, 경제 활성화 등의 명목을 내걸고 더욱 비대해지고 있다. 반면 개인은 점점 더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가 ‘다수의 뜻’을 좇아 개인의 삶을 정형화·획일화하고 있어서다. 밀의 표현을 빌리면 “국가가 ‘다수의 이름’으로 국민을 온순한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자유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다수결’과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국가주의, 집단주의, 획일주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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