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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53호 2019년 11월 18일

다시 읽는 명저

[다시 읽는 명저] "사회주의 이념 확산에는 ''얼치기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선의(善意)로 가장해 유럽 휩쓸던 사회주의 허구성 경고

“사회주의가 내세우는 이상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역사적 경험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사회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회가 파괴되고 난 다음에야 이런 경험들을 체득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군중심리학 대가인 귀스타브 르 봉(1841~1931)은 1896년 출간한 《사회주의의 심리학》에서 당시 유럽을 휩쓸던 사회주의의 허구성과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사회주의가 ‘핍박 없는 모두가 잘사는 평등사회’를 주창하지만, 사회발전 원동력인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억압하기 때문에 결국 핍박과 빈곤을 낳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국가 간섭주의 확산 경계해야”

르 봉은 유혈혁명을 부르짖는 사회주의 광기(狂氣)를 경계했다. “오늘날(1890년대) 상황은 혁명을 통해 사회 모순을 단번에 해결하려 했던 프랑스 대혁명 때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주의의 득세는 피와 혼란, 독재로 귀결됐던 선례(先例)를 답습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는 사회주의 이념이 확대 재생산되는 데는 ‘얼치기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위험한 사회주의 사도(使徒)는 책에 담긴 지식 외에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학자들이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선의(善意)’를 가장한 구호로 민중을 선동한다. 문학가인 모레스 바레가 지적했듯이 현실과 유리된 이론가들은 사회 번영을 해친다.”

사회주의는 여러 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이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잡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회주의 이론이 내포한 모순들이 사회주의의 승리를 가로막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이념의 논리적 결함이 그 이념의 전파를 막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의 사회주의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이론이기보다는 무조건적인 믿음과 복종을 강요하는 사이비 종교에 가깝다.”

그는 사회주의의 또 다른 모습인 ‘국가 간섭주의’ 확산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의 선’을 이유로 국가 역할을 확대할수록 개인의 자율성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서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일 제안되는 법률은 수도 없이 많다. 국가가 철도를 국유화해 운영하자는 법, 국가가 은행을 직접 관리하자는 법, 노동시간을 규제하자는 법, 소규모 가게를 보호하기 위해 큰 가게에 세금을 무겁게 물리자는 법, 모든 고령 노동자에게 은퇴연금을 주자는 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이런 법들은 언제나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국민의 자율성과 독창성을 쪼그라들게 하고, 공권력을 비대하게 만든다. 프랑스가 쇠퇴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국가 간섭주의에 기인한다.”

자율성·책임감이 민주주의 성패 좌우

르 봉은 민주주의가 대중 선동과 포퓰리즘으로 흐를 위험성은 있지만, 사회주의의 위협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의 성공에는 관련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적인 제도들은 자율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민족에 잘 어울린다. 쉽게 말해 자율성과 ‘노력의 결과’를 믿는 것이 습관화된 민족에 적합하다. 민주적인 제도는 온갖 종류의 노력이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할 뿐이다. 하지만 어떤 제도도 민주주의만큼 폭넓은 자유와 성공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르 봉은 민족성 관점에서 자유주의가 발달한 앵글로색슨족이 세계를 이끌어 갈 것으로 내다봤다. 앵글로색슨족 나라들 중에서도 국가의 간섭과 국가에 대한 의존을 악덕(惡德)으로 여기던 미국의 미래를 가장 밝게 봤다. 이미 120여 년 전 미국의 급부상을 예견한 것이다.

반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과 남미 지역 라틴계 국가들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르 봉의 눈에는 라틴족은 활력이 부족하고, 의존심이 강하고, 책임을 국가에 떠넘기는 경향이 강했다. 민주주의의 장점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사회주의와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관찰이었다.

“미국 민주주의가 라틴계 국가의 민주주의와 달리 활기차게 돌아가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정부 개입이 없어도 일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자율성과 독립심을 갖추지 못한 나라에서는 민주주의가 번창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세계를 이끄는 국민이 될 수 있을까? 르 봉은 혁명으로도 민족성을 바꿔놓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제도 개혁도 효과가 크지 않다. 유일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개혁이 있다면 교육 개혁이다. 교육 개혁을 통해 사회주의의 침투를 막고, ‘자유’와 ‘개인 책임’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민족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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