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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32호 2019년 5월 13일

다시 읽는 명저

[다시 읽는 명저] "군주는 훌륭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정치는 도덕적인 이상 추구와 다르다고 주장했죠

“군주는 악덕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 자국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오명(汚名) 따위는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의·자비심과 종교적 경건함에 반하는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착하게 사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할 경우 어떻게 악해질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가 1512년에 쓴 《군주론》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문구들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잔인하고 야비한 권모술수의 대표적 인물이라는 ‘악명’을 얻게 됐다.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 됐다. 이런 구절도 있다. “군주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과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두려움이어야 한다. 사람들이란 은혜를 모르고 위선적이며 이익을 탐내기 때문이다.”

“권모술수의 대표” vs “자유 옹호자”

《군주론》은 기존 통념 또는 도덕적 규범을 뛰어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출간 이후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살인적인 마키아벨리’라고 비판했다. ‘악의 교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는 마키아벨리의 한 측면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장 자크 루소와 바뤼흐 스피노자 등은 마키아벨리를 공화주의의 대변자이자 자유의 옹호자로 치켜세웠다.

옹호론자들은 《군주론》을 집필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 등 지역 국가들이 중국 ‘춘추전국시대’처럼 할거하면서 다툼을 벌이고 있었고, 프랑스 등 외세의 침략도 잦았다. 마키아벨리가 살던 피렌체는 내분까지 겹쳤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라면 위기 국면에서 자신의 정권과 국가를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신민과 이웃 국가들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정리한 게 《군주론》이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정치 현실주의에 바탕한 강한 군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봤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삶과 있어야 할 삶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까닭에, 일어나야 할 당위(當爲)만을 주시하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태를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를 보존하기보다 파괴한다”고 강조했다.

또 “군주는 훌륭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충실함과 자애로움, 인간성, 종교 등에 반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군주가 변덕이 심하고 경박하며 결단력이 없다고 보여질 때 경멸당한다”며 “위대함, 신중함, 강직함이 엿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키아벨리는 “진정한 지도자라면 자신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 서서 좋은 목적을 성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군주에게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교활함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마키아벨리가 비(非)도덕적 또는 반(反)도덕적 인물로 평가받지는 않는다. 특정한 환경에서 군주가 도덕에 얽매이느라 정작 나라를 못 지켜 파멸로 가선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하려 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통치에 필요하다고 해서 잔인함과 폭력, 교활함을 어느 때든 서슴지 말고 사용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 수단은 긴박한 상황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높은 수준의 이상이나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덕에 얽매여 나라 파멸시켜선 안돼”

마키아벨리는 갈등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갈등을 적절하게 제도화하면 정치체제의 안정과 공동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었다. 로마에 대해 “귀족과 평민 간 긴장을 바탕으로 위대함을 건설했다”며 그 모델로 꼽았다.

그는 “평범한 시민을 적으로 돌릴 때 통치자는 위기를 맞는다”고 주장했다. 또 “현명한 군주라면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지 시민이 정부와 자기를 믿고 따르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 경우 시민은 그에게 충성할 것”이라고 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자가 무능하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고, 강력하고 현명하면 국민이 의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마키아벨리는 외교와 관련, “많은 군주들이 당장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립으로 남으려 하지만 거의 대부분 파멸했다”며 “중립보다는 확실한 동맹이 낫다”고 강조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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