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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27호 2019년 4월 8일

다시 읽는 명저

[다시 읽는 명저] "민주주의 가장 큰 위험은 평등이 자유를 잠식하는 것이다"…''다수의 전능''이 전제정치와 포퓰리즘 부추길 가능성 경고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자유보다는 평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인을 약하게, 국가를 극단적으로 강하게 만들 것이다. 평등의 원리가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와 같은 예속상태로 나아가게 할지, 평등이 공급하는 새로운 이익(독립, 지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얻는 쪽으로 나아가게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

“민주 정치의 문제는 다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수에게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수의 이름으로 법률을 만들고 감독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다수의 전능은 전제정(專制政)도 가능하게 한다.”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우며 구(舊)체제를 무너뜨린 1789년 대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정치적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선동과 폭력이 난무했고, 진정한 민주 정치는 실현되지 않았다. 당시 판사로 일하던 알렉시 드 토크빌(1805~1859)은 1831년 미국 교도소 등 행형(行刑)제도를 참관하기 위해 북미지역을 7개월간 돌아봤다. 정치철학자이기도 했던 그에게 당시 미국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사체를 만들고 다양한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토크빌에게 비친 미국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델이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제도 등을 자세히 기록해 유럽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책이 《미국의 민주주의》다.

자유와 평등의 충돌

그는 미국에서 공화정을 기반으로 한 대의민주주의가 유지되는 이유를 법치를 보장하는 사법제도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국민주권주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적 평등을 추구한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토크빌은 백인 사이에선 귀족과 하인으로 나뉘지 않은 무(無)계급성과 이를 발판으로 한 도전정신이 신개척지인 미국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고 봤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부러워하면서도 민주주의에 가해질 수 있는 위협과 민주주의 자체에 내재된 위험도 함께 지적했다. 민주주의가 중시하는 다수결 투표제도에서 다수의 횡포와 이에 따른 입법·행정의 불안정, 정치인의 포퓰리즘화라는 문제점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주요 가치인 자유와 평등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일상화된 자유는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평등은 그 효과가 즉각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등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험이란 평등이 자유를 잠식하는 데 있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에게 동일화(同一化)의 압력을 가하고, 그 결과 개인의 자유가 희생된다.”

그는 다수의 의견에 매달리는 미국을 ‘정신적 독립성이 가장 약한 나라’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특히 사람들이 정치적 자유와 권리에는 무관심하면서 물질적 향유에만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다수의 전능(다수의 폭정)에 의한 ‘민주주의적 전제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자유가 정치적 자유 보장

“다수의 전능은 입법자의 전제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또한 관리들이 임의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다수는 법률을 만들고 감독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통치자와 피통치자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며, 공무원을 자신들의 수동적인 대행자로 간주한다.”

토크빌은 정치적 야심가가 대중과 연대할 때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보다는 카리스마 있고 선동을 잘하는 사람이 국민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공약으로 권력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포퓰리즘의 폐단을 간파했다. 그는 서서히 정치적 무관심에 빠지는 미국을 보며, 민주주의가 다수를 등에 업은 독재자의 등장을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1930년대 히틀러가 ‘민주적으로’ 집권하고 결국 독재를 하게 된 것은 그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보여준다.

토크빌은 언론과 종교,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언론과 결사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한다고 역설했다. “과도한 평등과 다수의 횡포에 의해 발생하는 악(惡)에 맞서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밖에 없다. 바로 정치적 자유다. 특히 언론의 자유야말로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자질과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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