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상→바코드→온라인쇼핑→스마트쇼핑

NIE 포인트
우리나라 유통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아보자.
미래의 유통은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토론해보자.
[Cover Story] 교통과 기술 발전이 유통을 진화시킨다
유통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생산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되고 배달되는 일련의 과정이 유통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전통시장 편의점은 점포가 있는 유통공간이고, 다단계판매 인터넷쇼핑몰 홈쇼핑 카탈로그판매(전단지) 등은 점포가 없는 유통공간이다. 도매 소매 물류 총판 등도 모두 유통에 관한 용어다. 유통은 진화를 거듭한다.

봇짐 지고 다닌 전통상인 ‘보부상’

“중국처럼 수레를 만들어야 한다. 수레가 없으니 집이 작고 짚신도 비싸진다. (중략)영동에선 꿀이 생산되지만 소금이 없고, 관서에는 철이 나오지만 밀감이나 유자가 없다. (중략)백성들이 이런 것을 서로 이용해서 살림을 풍족하게 하고 싶어도 이것을 운반하는 힘이 없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15)가 《북학의》에서 수레의 필요성을 강조한 글이다. 박제가는 중국을 다녀온 견문록인 《북학의》에서 수레의 경제적 효용성을 강조한다. “전주의 장사꾼이 아내와 함께 생강을 팔려고 걸어서 의주까지 간다면 그 이익은 곱절이나 되겠지만 근력이 길바닥에 소진된다”고도 했다.

여기서 언급된 ‘전주의 장사꾼’은 보부상(褓負商)을 일컫는다. 보부상은 한국 전통사회에서 시장을 중심으로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행상을 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교환경제가 이뤄지도록 중간자 역할을 한 전문적인 상인이다. 마차나 수레가 사용되기 전까지 보부상은 유통의 핵심이었다. 후에 대보부상들은 수운(水運)과 우마차로 다량의 상품을 일시에 운반, 판매하기도 했다. 개성상인은 대표적인 보부상 집단이다.

유통의 혁명 ‘바코드’

[Cover Story] 교통과 기술 발전이 유통을 진화시킨다
유통은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진화한다. 단순한 물물교환으로 시작해 이를 위한 시장이 형성되고, ‘걸어서 다니는 판매자’ 보부상이 등장한다. 마차나 수레를 이용한 육로, 배를 이용한 수로 역시 교통수단과 맞물린다. 항로를 이용한 유통은 100년 남짓이다. 물류(物流)는 재화와 서비스의 효과적 흐름을 말한다. 원·부자재가 생산현장에 투입돼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 출하해 이것을 최종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수송·하역·포장·보관 등 전 과정을 이른다. 교통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야 유통(물류)의 효율이 높아진다.

또 하나는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달이다. 1970년대 등장한 바코드는 유통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바코드는 전자인식을 통해 상품의 종류와 가격, 생산자 등의 정보를 담는다. 더 빨리, 더 많이 상품 정보를 읽어내려는 현대인의 기호에 맞춘 바코드는 20세기 대표적 기록방식이 됐다.

유통의 진화 ‘모바일쇼핑’

21세기 유통의 키워드는 ‘모바일쇼핑’이다. IT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휴대폰만 있으면 거의 모든 쇼핑이 가능하다. 인터넷쇼핑, 홈쇼핑, 모바일쇼핑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쇼핑은 유통구조를 또 한번 바꿔놨다. 한국은 소매판매에서 차지하는 온라인쇼핑이 20%에 육박한다. 온라인쇼핑에서 모바일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가깝다.

온라인쇼핑은 ‘택배’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온라인 주문 앱이 급증하면서 택배 업체와 택배 종사자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통구조의 변화는 일자리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카트 필요 없는 ‘스마트쇼핑’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통에도 또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첨단 IT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유통산업을 빠르게 진화시킨다. ‘하늘을 나는 인공지능’ 드론 역시 새로운 유통의 역사를 쓸 것으로 보인다. AI가 소비자에게 맞춤한 상품을 골라주고, 백화점 등에서 바코드만 찍으면 상품이 집으로 배달되는 ‘카트 없는 쇼핑’도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드론은 하늘에 새로운 유통길을 열 것이다. 아마존 이베이 등 대표적 온라인 업체들은 드론을 이용한 ‘하늘 배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등의 유통채널을 쉽게 넘나들며 상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옴니채널(omni channel)’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통의 역사는 경제의 역사고, 기술의 역사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