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후원'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

고교 성적은 세계 최고 다투는데 입사 후 확 차이나는 한·일
일본 근로자 역량은 세계 2위, 한국은 10위권 밖으로 처져
◆ 학업과 직무능력

한국 성인 근로자들의 직무능력이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학회 주최·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8일 서강대에서 열린 제17차 국제학술대회에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위다인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조교수는 ‘노동시장에서의 교육과 직무능력에 대한 보상: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부실한 대학 교육 탓에 노동자들의 직무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8월9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성과 보상 부재가 직무능력 떨어뜨려"
☞ 고교 때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던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입사하면 왜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까. 대학민국 고교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수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세계 각국 만 15세 학생의 언어 과학 수학 문제해결력을 측정하는 시험인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학생은 늘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12년 PISA에서 ‘읽기 능력’은 일본이 4위, 한국은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완전히 달라진다. OECD가 24개 참가국의 성인(16~65세)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언어능력과 수리력, 컴퓨터 기반 환경에서의 문제해결능력을 조사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CC)에서는 한국과 일본 근로자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일본은 수리력(288점), 언어능력(296점), 문제해결능력(294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핀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 성인은 수리력(263점)에서는 17위, 언어능력과 문제해결능력에서는 각각 14위와 10위로 처졌다.

고교 때만 해도 최우수였던 학생들이 대학 입학 뒤엔 성취도가 떨어지고, 입사해서는 더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은 이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위다인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조교수가 내놓은 ‘노동시장에서의 교육과 직무능력에 대한 보상: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은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부실한 대학 교육 탓에 한국 근로자들의 직무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한국 중학교 졸업자의 수리능력은 각각 4.544점, 5.458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상위 학교로 올라갈수록 일본의 점수는 눈에 띄게 높아진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일본은 고교 졸업자가 중학교 졸업자보다 수리능력이 1.729점 더 높았고, 대졸자는 중학교 졸업자보다 1.923점 더 높았다. 언어, 문제해결능력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고학력자일수록 점수가 올라갔다. 그러나 한국은 고교 졸업자가 중학교 졸업자보다 0.505점, 대졸자는 중학교 졸업자보다 0.364점 올라가는 데 그쳤다.

이 교수는 “일본에 비해 노동자의 직무 숙련도가 낮은 것은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한국 고등교육 기관 중에는 졸업생에게 기본 소양도 길러주지 못하는 부실 대학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실 대학과 대학 교육과정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임금과 직무능력의 상관성이다. 논문은 “일본은 직무능력에 비례해 임금도 올라갔지만 한국은 직무능력과 임금의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는 한국은 능력에 따라 임금으로 보상받는 구조가 아니라 학력에 따라 입사 때부터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라고 했다. 직무능력과 보상이 연계돼 있지 않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 근로자의 직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급증하는 부실 대기업 32개사 구조조정 수술대 오른다

금감원,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
조선·해운업종 기업이 절반


◆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여신(대출, 보증 포함)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32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7일 발표했다. 지난해 정기평가 때보다 세 곳이 줄었지만, 지난 연말 수시평가에서 19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걸 포함하면 6개월여 만에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는 대기업이 51곳으로 늘었다.

-8월8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성과 보상 부재가 직무능력 떨어뜨려"
☞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원은 매년 채권은행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이 많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신용위험 평가를 한다. 평가 대상은 대출과 보증을 포함한 금융권 여신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자를 영업이익으로 나눈 배율)이 1배 미만이거나 3년 연속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여신건전성 평가분류상 ‘요주의’ 이하인 기업이 세부 평가 대상이다. 조선·해운 등 취약 업종 기업은 2년 연속 연매출이 20% 이상 줄었는지, 완전 자본잠식에 해당하는지 등도 살펴본다.

지난해 말 여신 500억원 이상인 1973개 대기업 중 세부 평가 대상은 602개사로, 이 가운데 부실 징후가 뚜렷한 32곳이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지목됐다. 여기에는 상장사 7곳(주식 거래정지 2곳 포함) 외에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등 이미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기업도 일부 포함돼 있다. 지난해 말 수시평가 때 선정된 19곳을 더하면 6개월여 만에 51개 회사가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른 셈이다.

평가는 A~D 등 4등급으로 이뤄진다. A와 B는 정상등급, C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등급, D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 등급이다. 올해 정기 평가에선 13곳이 C등급, 19곳이 D등급으로 분류됐다. 금감원은 해당 기업들이 3개월 내 워크아웃,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으면 채권은행을 통해 여신 회수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진해운 STX조선 등이 포함되면서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자산 총액과 부채 규모도 급증했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자산은 10조6000억원, 금융권 부채는 7조1000억원이었는데 올해 정기평가에선 각각 24조4000억원, 19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뒷북 평가’란 비판도 나온다.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는 선제 구조조정을 위한 것인데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기업 상당수가 이미 워크아웃,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